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한 이후로 시장이라는 존재는 신성시 되어 왔죠.
사회의 부를 재분배하는데 반대하는 이유로 가장 그럴듯하게 들리는게 시장원리입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교란하면 안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시장이 왜 그토록 신성한 것인가?
이것에 대해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양산형 시장만능주의자들 중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 시스템의 강력한 배분능력에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든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든 모든 재화는 사람들이 욕구하는 양보다 적게 생산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생산된 재화를 합리적으로 나눠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재화를 나눠야 하는가?
재화가 만일 한정되어 있다면 그 재화를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가는게 합리적이겠죠.
그렇다면 누가 가장 그 물품을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것을 직관적으로 드러내 주는게 바로 가격입니다.
그 재화를 얻기 위해 얼마난 많은 돈을 희생할 용의가 있는가로 그 물건을 누가 간절히 원하는지 알아낸다는 것이죠.
공산권의 유일한 노벨 경제학 수상자의 연구가 바로 가격의 기능을 독립적으로 밝힌 공로로 수여됬습니다.
그는 계획경제 하에서 물품을 합리적으로 배급할 방법을 찾는 소련 정부의 의뢰로 재화의 합리적인 배분방식을 연구했는데 그의 연구에 등장하는 변수가 하나 있었죠.
순환승수(Revolving Multiplier)라고 불리는 해당 변수는 나중에 서양 학자들에 의해 가격과 수학적으로 동일하다는게 증명되었고 그 학자는 공산권에서 시장기능과 가격의 재화배분에 있어서의 중요성을 입증해 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시장과 가격을 부정한 공산주의는 태생부터 망할 운명이었다는 말도 되는 것이죠.
시장은 이토록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 과연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인가?
저는 이미 경제학자들이 많이 연구했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완성된 이론인 외부효과 문제나 독점문제 같은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각 개인의 기회비용을 나타낸다' 이 명제가 참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죠.
"부잣집 마나님의 못생긴 개에게 먹일 스테이크는 쉽게 구했지만 가난한 가장의 귀한 아들에게 먹일 썩은 감자는 구하지 못했다."
이 문구는 대공황 시절 미국에서 나온 문구입니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스테이크라는 재화가 있다고 했을 때 부잣집 마나님과 가난한 가장 둘 중 누가 스테이크를 더 간절히 원할까요?
정답은 정해져 있죠.
당장 아들에게 음식을 먹여야 하는 가난한 가장이 더 간절히 그 재화를 원할 것이 자명합니다.
하지만 스테이크는 부잣집 마나님의 못생긴 개가 먹어치우게 되었죠.
만약 이게 시장 메커니즘의 결과라면 시장은 합리적인 자원배분방식이 아닌것이 아닐까요?
아마 그건 아닐겁니다.
그리고 자원배분에 있어서 시장매커니즘보다 더 나은 방식을 사람들이 찾아낼 가능성 또한 없습니다.
각 개인이 각 재화를 얼마나 원하는지 객관적으로 드러나게 할 방법은 시장메커니즘 말고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면 각 개인에게 재화를 얼마나 원하는지 물어봄으로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위 사례에서 문제가 된 것인가?
바로 부의 불평등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어떤 재화를 얻기 위해서 A라는 사람은 자신의 부 중 1퍼센트만을 희생할 용의가 있고 B라는 사람은 50%를 희생할 용의가 있다면 B라는 사람이 그 재화를 가져가는것이 합리적인 결과가 될 것이지만 A라는 사람의 재산이 B라는 사람의 재산의 50배가 넘어간다면 그 재화는 비합리적이게도 A라는 사람이 취득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죠.
즉 부의 불평등은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요인이며 정부는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서 재분배정책을 핌으로서 부의 불평등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는 겁니다.
시장경제의 실패는 역사 속에 여러번 기록되어 왔습니다.
간혹 찾아오는 불황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쪽국의 버블붕괴, 미국의 대공황 및 서브프라임사태 같은 대형 사고들도 많이 발생했죠.
시스템이 실패한다는 말은 시스템에 불합리가 존재한다는 말과 논리적으로 등치이며 이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믿는 것과는 달리 시장매커니즘에 불합리성이 내재한다는 뜻이 됩니다.
불합리한 매커니즘이 불합리한 신호를 보내면 특정 재화는 불합리하게 많이 생산되고 특정 재화는 불합리하게 적게 생산되며 이것이 쌓여서 폭발하면 불황이 찾아오는 것이죠.
물론 경제학자들은 외부효과 및 독과점 등으로 이를 일부 설명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것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된 오늘날까지도 시장의 실패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죠.
각국이 시장실패 요인들이라는 것에 대응하여 각종 규제를 만들고 법률을 정비하고 단속을 하지만 여전히 불황은 일어나며, 대규모 시장실패 또한 일어납니다.
이제 좀 더 핵심적인 문제로 눈을 돌릴 때도 됬습니다.
바로 부의 불평등 말입니다.
시장은 정확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답의 근사치를 내는 매커니즘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직시할 때가 되었습니다.
정확한 답을 내는 이상적인 시스템은 절대값인 가격을 기회비용 산정의 기준으로 삼아 재화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가진 부의 몇%를 포기할 용의가 있는지를 기회비용의 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게 가능했다면 소련이 망해서 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매커니즘보다 더 정확한 시스템을 만들 수 없으므로 차선책으로서 이 시스템에서 도출된 값이 실제 값과 비슷하게 일치하게 되도록 사회를 개조해야 합니다.
즉 우리는 시장이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부의 재분배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