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인이 아니라 인간이 불행한 이유가 더 정확하겠지만 전 외국인에겐 관심이 없어서
한국인이라고
한정했습니다.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거기서 거기고 본질적 차이는 없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불행하다는 건 불행복하다는 거죠. 즉 행복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행복으로
두고 있다는 게 전제되는 겁니다.
행복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삶에 만족을 느껴서 흐뭇한 상태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인식하고 있는 뜻도 그렇습니다. 영영사전에서 happiness를 검색해도 contentment(만족)라는 표현이
수반되더군요.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만족을 뜻한다는 거죠.
근데 의문이 생깁니다. 그냥 만족이라고 하지 굳이 왜 행복이라고 하는 걸까? 행복이라는 것은 그냥 만족이
아닌 겁니다.
만족에는 2가지 종류의 만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만족과 상대적인 만족이 있죠.
행복이라는 만족은 상대적인 만족을 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와 남을 철저하게 비교해서 만족을 따지는
거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행복이라는 말이 아주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전 개인적으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아주 천박한 말이죠. 물론 저 역시 행복을 원합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천박하고 그래서 천박한 만족을 원합니다. 저 역시 그 누구보다 천박합니다. 다만 행복이 그렇게
대단하고 중요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행복은 상대적인 만족을 뜻하고 상대적인 만족이란 우월감을 뜻합니다. 인간이 불행하다는 건 우월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한국인들은 영국 싱크탱크에서 매년 발표되는 세계번영지수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노르웨이가
7년 연속 1위를 하고 있어서인지 노르웨이를 찬양하는 사람들도 많죠. 살기좋은 나라 노르웨이.
한국인들이 부러워하는 건 사실 노르웨이의 삶의 수준이 아닙니다. 노르웨이의 등수죠. 1등이라는 그 등수.
한국은 올해 28위를 했더군요. 대한민국의 삶의 수준이 노르웨이처럼 된다고 한국인들이 만족할까요?
아닙니다. 28위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는 겁니다. 만약 한국이 현재와 똑같은 수준인데 다른 나라들 수준이
폭망해서 한국이 1위를 한다면 한국인들은 만족할 겁니다.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상대적인 만족이 아닌 절대적인 만족을 추구하자고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않고
자국과 타국을 비교하면서 저울질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고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사는
그런 고귀한 사람들은 어차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인간들은 어차피 계속 천박한
속물의 인생을 살 것입니다.
다만 전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고 얘기하는 것뿐입니다. 괴로워한다고 우리 인생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들이 괴로워한다고 한국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딱히 애국자는 아니지만 한국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기가 많이 안타깝네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닙니다. 전 그 이유를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