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문자 형태 중에서도 뒤떨어진 표의문자입니다.
한자를 배우기 위해서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문자의 모양을 외우고, 그 의미를 파악한 다음 그 문자의 소리까지도 외어야 하죠.
외어야 할 것들이 세 가지나 됩니다.
더불어 한자 한 자 한 자가 뜻이 있고, 한자 한 글자 자체가 단어이기 때문에 한자의 갯수는 단어의 갯수만큼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한자가 대략 10만 자가 넘는다고 보고 있죠.
중국어 회화가 가능하려면 최소 3000 자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다른 언어처럼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한자 낱 글자 자체를 외우는 것이기 때문에 타 언어 학습보다 중국어 학습은 어렵습니다.
중국 사람들도 자기 문자 배우기가 어려웠는지 교본을 만들었는데 기본적인 한자 천 자 정도로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천자문'입니다.
중국 남조 시대에 개발한 이 천자문은 한문 학습의 기초 어휘집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한자라는 것이 기본 부수자만 해도 214자 정도 되기 때문에 그냥 부수를 외우느니 완성글자 자체를 외우는 것이 나아서 이런 천자문과 같은 어휘집이 교재로 쓰이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기본 한문 학습에 '천자문'이 적극활용되었는데요, 천자문이 끝나면 동몽선습, 소학과 같은 간단하지만 실천 윤리가 담긴 한문책을 교재로 썼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천자문' 책은 한 석봉이 쓴 천자문인데 한 번에 천자를 다 썼고, 다 쓴 후 백발이 되었다는 일화가 전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천자문에 우리 말 뜻과 소리가 달린 것은 17세기 이후입니다.
그 전에는 한자만 있고 소리와 뜻은 한문을 널리 아는 사람이 외워서 후대에 전했습니다.
이 때에는 정말 문자 생활과 언어 생활이 분리가 되어서 일반 평민들은 한자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뜻도 모르는 한자어보다 실물어인 우리 말이 생활에는 직접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한자 교육을 위해서도 중국 한자에 대한 정확한 우리 말 뜻을 알아야 했기 때문에 한자를 가르치고 문자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경서 인용은 한자로 해도 풀이 꼭 우리말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천자 문의 경우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활, 날 일, 달 월, 벌릴 열, 베풀 장
이런 식으로 한자의 풀이에는 꼭 고유한 우리말을 쓰도록 했습니다.
게다가 '學而時習知不亦悅乎'와 같은 '논어'의 구절을 풀이 할 때도
일차적으로 토시를 넣어,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로 읽고 이를 다시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어찌 또한 기쁘지 아니 한가?'
식으로 고유한 우리 말로 풀이 하였습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한자어를 많이 쓰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로 공교육이 일본에 의해 이루어지면서 일본어로 교육을 받았고,
일본어의 특징 상 한자가 없으면 표기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에 한자를 섞어서 말을 하는 것까지 그대로 남아 이지경이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것도 잘 모르면서 우리 말 속에서 한자어는 절대로 없앨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물론 벌써 백 년가까이 이런 말 씀이 이어왔기 때문에 바꾸기 힘들다는 것은 압니다만 눈물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