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긴급히 취재진을 파견했다. 185명의 언론인이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안일한 안전의식과 안전 매뉴얼 부재는 ‘취재진 피폭’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염색체 이상이 나타난 취재진만 30여 명 이상이다. 언제 어떤 병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피폭의 특성상 확인되지 않은 피해까지 추산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위험지역 파견 시 적절한 취재보도 시스템이 없다는 데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8월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피폭 피해자 박성주 KBS 카메라 감독을 만났다. 그는 “당시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출장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박 감독은 2011년 3월, 일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후쿠시마로 갔다. 그가 탄 비행기는 후쿠시마 공항에 도착한 마지막 비행기가 됐다. 도착 직후 공항은 폐쇄됐다. 그곳에서 박 감독은 원전 사고 소식을 처음으로 들었다.
후쿠시마의 악몽 “우리도, 회사도 무지했다”공항은 마비 상태였다. 다들 “원전이 이상한 것 같다”며 각자 아는 대로 전문가를 찾아 물어보기 바빴다. “세슘이 검출됐다”는 얘기에 어느 전문가로부터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귀국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MBC 취재팀은 후퇴한다며 버스를 타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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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서 돌아온 취재진은 서울 노원구 소재 원자력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KBS의 경우, 파견 나간 79명 중 19명의 취재진에게 염색체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 감독은 이상 염색체(끊어지거나 파괴된 염색체·이동원염색체) 수 8개로 변형이 가장 심했다. ‘피폭’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속 깊이 박혔다. 불안감은 그의 일상을 바꿨다.
박 감독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동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퇴근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몇 시간씩 방사능과 피폭에 대해 알아보기만 했다.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과 동정도 이어졌다. 수군거림과 동정 어린 시선이 견디기 힘들어 한동안 뒷문으로 다니기도 했다. 그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2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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