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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7-02 21:58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글쓴이 : gjzehfdl
조회 : 921  

저희 집은 할머니 제사가 끝나면 계곡에 가고는 했어요 가족들이 워낙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터라(저는 대구에 인접한 경북의 성주, 고모는 서울, 그외에도 안동, 거제도 등등) 식구끼리 모일 기회가 들물고 마침 제사때는 방학이 아니지 않을 수 없는 8월 초순 말, 나이스 타이밍이라 사촌들도 학교 안감
 
 
뭐.. 본론으로 가자면 제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 역시 할머니 제사 끝나고 다음날, 계곡에 놀러가서 식구들은 잘놀고 있었죠 그때 숙소를 반지하에 잡아놓았는데.. 일은 여기서 일어났습니다. 고모들께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지하실로 데려 갈려는데 할아버지는 많이 떠시면서 안들어갈려고 하신 겁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심한 트라우마가 있으셨는데 이것은 70년 쯤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 할아버지 세대의 장손, 즉 할아버지의 최고 형님께서 일본에 끌려가시는데 끌려가시다가 옷도 못챙겨 입으시고 도망치셨답니다. 그렇게 도망치셔서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일본놈들이 다시 잡으로 왔다더군요 그런데 아시 잖습니까. 당시 장손이라는게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엄청 엄격했다는거..
 
 
결국 당시 막내인 할아버지가 갈수 밖에 없었는데 할아버지가 가시고 나서 증조할머니는 많이 우셨다고 합니다.
 
 
13살의 나이로 그곳에 끌려가셔서 탄광에서 힘든 일을 하셨습니다.
천만다행이도 일제시대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올수 있으셨는데 연이어 6.25전쟁이 터지고.. 전쟁 병력에 동원 되시고..
 
 
우리 할아버지는 이루 말할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고생이란 고생은 다겪으셨을 겁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생전 말씀을 잘 하지 않으셨는데 50살때는 곧잘 하셨답니다. 그랬던 시절 할아버지는 조카(저에겐 큰아버지 되시죠)에게 말하시길 체인으로 맞아봤냐고 말하곤 하셨답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 때문에 힘들어 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사람을 때리느냐? 아뇨.. 술을 많이 마시시느냐? 아니요.. 옛날에 일제시대와 전쟁 트라우마로 때때로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는둥 소리를 하셨고 외에도 많은 트라우마를 겪으셨다고 하는데 평소에 정신이 반쯤 나가있으셨다고 하더랍니다.
 
 
위에나온 지하실 트라우마도 같은거죠.. 지하실 입구가 어두웠는데 할아버지는 그때 탄광에서 일하던 무서움을 떠오르신 겁니다.
 
 
아무도 몰랐죠 엄마도, 고모도, 아버지도, 삼촌도.. 할아버지가 그렇게 무서워 하실줄은 꿈에도 몰랐던 겁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평소 말씀이 없으셨고 동생과 공놀이 하면 어떠다 할아버지에게 굴러갈때가 있었는데 말없이 굴러주시곤 하셨죠 때때로는 입가에 웃음을(약간) 지으시며 주시기도 하셨는데
 
 
그런 할아버지가 그렇게 무서워 하셨다니.. 정말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그 공포를.. 70년이라는.. 지금 나이의 제가 몇번이나 태어나고 지금 나이가 되서 죽는다고 했을때 3번 죽고도 긴 시간 입니다. 그런 세월동안 트라우마가 박혀있었던 겁니다
 
 
끝으로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 힘든 트라우마 속에서도 3남3녀 남매를 이끌어 오셨고 그아래로는 친손자7명 외손자 5명을 두셨습니다.
 
 
제사 지낼때 집에 식구가 한가득 찹니다. 그게 다 할아버지 자손인겁니다.
성실하기로도 우리 할아버지를 따라올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희 아버지가 장작을 곧잘 패시고 서울 고모부는 아버지보다 훨씬 잘패시는데 저희 할아버지는 넘사벽이랍니다.
 
 
때때로 70대후반의 나이로 장작을 패시는데 부모님이 그렇게 말려도 고집을 부리고 하십니다.
 
 
언제는 사오정 사건이라고 엄마가 배추좀 드시라고 말했는데 잘못 들으시곤 밭에 있는 배추를 몽땅 뽑...
 
 
또 우리 할아버지는 저를 매우 아끼셨다고 합니다. 제가 태어날때 하루종일 제이름 부르고 그렇게 좋아 하셨다고해요 제가 어릴때 저에게 알밤하나 먹으라고 줬다가 제가 끝까지 안먹어서 꿀밤때리셨다고ㅎㅎㅎ
 
 
글쓰다 생각나는데... 저희 할아버지가 저를 유독 좋아 하셨던 이유는 당신께서 어릴때 겪었던 서러움.. 장손이 아니라서 13살의 어린 나이에 모지게 겪었던 서러움이
 
지금에 이르러서 제가 태어남으로써 <나도 장남있다!> 이런 든든한 기분이셨던거 같습니다.
자 끝으로(진짜, 진짜로) 말하자면
 
 
저희 할아버지는 5년전 향년 83세의 연세로 세상을 떠나시셨습니다.
 
 
치매로 돌아가셨는데 제가 6학년때 치매초기로 바지에 대변, 소변못 가리시고 팬티, 바지에 볼일을 보셔서 제가 다 닦아드렸습니다. 그러다 결국 병원에 입원 하셨는데 엄마가 1달이면 나오신다길레 할아버지 퇴원하시면 치킨먹자고 했죠.. 그때는 치매가 그렇게 독한 병인지도 몰랐습니다.
 
 
문병안 갔을때 할아버지가 저를 못알아 보실때의 충격은...
 
 
그러다 올게 온 어느날 아버지가 나가시던날 생각없이 TV를 보던중 엄마에게 전화와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하는데 전 못알아 들었습니다. [돌아가시다]. 이게 무슨 뜻인지 질리도록 알고 있었지만 못알아 들었습니다.
 
 
<돌아가셨다→엄마는 그쪽에 있다→돌아가셨다는건 그쪽에서 이쪽으로 돌아오신다는건가?→집으로 오시나?→아 뭐지?→못알아들음→엄마는 계속 돌아가셨다고 말한다→계속 생각함→그러니까 돌아가셨다는건 그쪽에 있다가 이쪽으로 돌아오시..→"엄마: 할아버지 돌아가셨다"→'아 뭐지 집으로 돌아오시면 이렇게 '돌아가셨다라'고 강조할 필요가 없는데'>
 
 
어쩌면 돌아가셨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음에도 못알아 들었던 이유가 무의식적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엄마가 할아버지 하늘나라고 가셨다라고 할때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죠.. 그때의 기분이 뭘까요? 슬펐을까요? 눈물 나왔을까요? 가슴이 내려앉았을까요?
 
 
드라마에서 보면 누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거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오면 가족들이 멍하니 앉아있죠? 특히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요..
 
 
그 기분입니다. 전혀 상상치도 못했어요 그냥 멍했습니다. 돌아가셨구나.. 무감각합니다...
 
 
그렇게 1달이 지나도 펑펑울었습니다. 시간이 좀 흘러서 할아버지 돌아가신게 익숙해지고 슬픔이란 감정이 사그라 질 쯤에.. 컴퓨터하다 생각없이 사진을 보면 북받혀 오르는 느낌에 눈물이 펑벙 쏟아집니다.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시고 5년째 그 얼굴을 본지도 오래됬고 사진도 안본지 오래 되었지만 잊을수 없습니다. 어떻게 잊겠습니까? 절대로 못잊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지금 제목소리가 들릴지 안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말하자면..
존경합니다.
 
 
그리고 부모님한테도 한적 없는 말을 하자면
 
 
사랑합ㄴㄷ앍ㅁ젇저랴ㄴㅇ더랴ㅐㄹ로ㄹ얽다ㅏ
 
 
(여담: 내인생 후회하는거 3가지
 
1: 버스타다 지나간 할머니 자리 안비켜준거
2: 버스 오길레 손흔들었는데 내가 타는 버스아니라서 X자로 손 흔듬 근데 사람들 내림 슈퍼 울트라 이불킥
3: 옥상에서 하늘보면서 할아버지 하늘에서는 행복하세요라고 하는거(당시 손, 발, 목 모든게 오그라드는 경험을 체험했음 충고하는데 이런 말은 마음속으로 하시길))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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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신사랑 15-07-02 22:04
   
메르스 관련 및 대형 사

너무 길어서 다른건 안보이고 이게 가장 눈에 띄네요;

건사고 글은(직.간접 모두) 반드시 이슈게시판에 올려주세요.
     
뜨거워 15-07-02 22:06
   
읽을 성의도 없으면 댓글은 달지마세요
          
핼신사랑 15-07-02 22:13
   
읽긴 읽었습니다만..
제 댓글에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글쓴이에게도 진중한 글에 장난식으로 댓글을 남긴거 죄송해요
그 처음에 글쓰기하시면 쓰여져있는 메르스 공지내용을 지우고 쓰시는게 좋겠네요
그리고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 간격 편집을 좀 해주시면 좋을듯해요..
아무쪼록 생각없이 글을 남긴거에 대해선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뜨거워 15-07-02 22:24
   
답글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핼신사랑 15-07-02 22:27
   
오늘은 거의 다 지나갔으니
내일도 좋은 하루 되세요~ ^^
               
gjzehfdl 15-07-03 11:45
   
죄송할 필요는 없어요ㅋㅋㅋ
     
gjzehfdl 15-07-03 11:38
   
으아아 두번이나 읽었는데ㅠㅠ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ㅜㅠ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했는데
스프리 15-07-02 22:05
   
글간 좀 주세요 읽기 거북하네요
     
gjzehfdl 15-07-03 11:49
   
쓸때 글간 줬는데 안되길레 안돼나..? 했는데 수정하니까 되네요ㅈㅅ
뜨거워 15-07-02 22:11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처음 페이지가 열렸을때는 오해를 했네요.

글쓰시고 한번도 안보셨나보네요 ㅎㅎ
     
gjzehfdl 15-07-03 11:39
   
쓰고나서 몇번이나 봤는데ㅠㅠ 중간에만 신경을 썼나봐요
Mahou 15-07-02 22:36
   
저도 가까이서 2번(외조부+지인)의 죽음을 접해보았는데, 서면상으로 보던 죽음과, 내가 인식하고 있던 죽음과, 실제의 죽음은 정말로 다르죠. 그 유대감이 깊을수록 더 아프고, 또 아프죠.
필자님 조부께선 병사를 하셨으니,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되셨을 수도 있겠지만, 사고사로 급사 한 경우에는 필자님이 느끼신 당혹감의 몇배는 강하게 밀려온담니다. 솔직히 이딴 감정은 사람이 평생 몰라도 됨.
알지 못해 나불 거리는 것이 낫지, 알아버리면 트라우마마저 깊게 박혀버리니까요.
저놈 오버하네? 하고 떠드는 놈이 걱정될만큼, 날 욕하는 놈이 걱정될만큼 많이 아파요.
여하튼, 말씀처럼 처음엔 죽음이 실감 안나죠. 그래서 처음엔 별로 슬프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다, 실감이 어느순간 찿아왔을 때, 주체가 안됄만큼 쌓였던 슬픔이 몰려오셨겠죠.
저같은 경우도 오열했습니다. 눈물을 흘린다..이런 의미가 아니고, 문자 그데로 오열이였죠.

근데, 이불킥이고 자시고, 뭐가 민망하십니까? ㅎㅎ(2번은 인정 ㅋㅋㅋ어찌하면 좋을꼬)
죽은 이에게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잊지 않고, 되새기고, 언급하는 것입니다.
마음속에 담아둔다는 누구나 합니다.  표현하는 것이 더 예의이며, 정성인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닭살멘트를 하신만큼, 조부께서 더 흐믓하실 것이라고 봐요.
지금이야 스스로 민망하겠지만, 그 행위를 했다는 것을 10년 뒤의 필자님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오히려 좀 자랑스러워해도 됨니다.
비꼬는 것이 아니고, 필자님의 그 감성이 참 멋지다고 생각하고, 그럼 감성을 있게한 가족들또한 좋은 분들이란 것을 믿어의심치 않게 하거든요.
     
gjzehfdl 15-07-03 11:40
   
저도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요 돌아가실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때 중1이이였는데 치매가 그렇게 힘든 병인지도 몰랐고.. 물론 할아버지가 저를 못알아 보실때 충격 받았죠.. 생각도 못했습니다... 만 사고사에 비할수 있을까요ㅠㅠ 그리고 세번째 맨트ㅠㅠ 약간 왜곡했음 그대로 적자면 최소 100배는 더오글거려요ㅋㅋㅋ 자랑스럽기야 자랑스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