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치성향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 옛날부터 그랬지만, 요즘도 새누리든 새정치든 진정한 보수와 진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어제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네이버에서 평점 및 후기 확인을 했는데, 관람객 평점은 9.37로, 높은 편이었지만, 기자 및 평론가의 평점은 5.75로, 낮은 편이었다. 후기를 봐도, 극과 극이었다. 크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할 기록 영화”라는 사람과 “보수 세력의 감성 팔이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해군들의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연평해전 전의 상황이 적절하게 섞여있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친구... 그들은 어머니를 끔찍이 아끼는 효자였고, 아내를 누구보다 아끼는 남편이었고, 딸의 분유를 직접 챙기는 자상한 아버지였고, 오랜 세월을 함께한 듬직한 친구였다. 이 영화를 좋지 않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너무 지루했다고 평하지만, 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꼭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인물들은 분명 그러한 사람들이었고, 유족들이 증언하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결코 잃고 싶지 않은,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연평해전 장면은, 작은 6.25전쟁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참혹했다. 선제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 그 장면은 아무리 평소 잘 훈련된 병사라도, 패닉 상태에 빠지기 충분했다. 그 배에 탄 사병은, 80~81년생으로 그 당시 21~22살에 불과했으니까. 장교의 다리가 잘려서 배 위를 나뒹굴고, 총을 쏘던 사병의 손가락이 잘려서 배 위에 나뒹굴고, 어떤 이의 내장이 배 밖으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하고...북한군의 무차별 폭격 속에서, 배 안으로 들어가 숨어있던 사람들은 살아남기도 했지만, 용기 있게 최선을 다해 싸우던 사람들은 크게 다치거나 죽어갔다.
이 모든 것이 “월드컵 기간 중에는, 북한과의 마찰을 피하라. 북한이 NLL을 넘어도, 절대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연평해전이 일어나기 전에,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단서들이 많았다. 북한에서 길을 잘못 든 어부라고 속였지만, 누가 봐도 어부가 아니었던 스파이들을 상부의 명령으로 풀어줬고, 왜 그 간첩들이 일부러 잡혔는지 감청해낸 사실도 “월드컵 기간”이라는 명목 하에 묵살되었다. 그리고 선제공격을 당하는 직전에도, 북한군의 포가 전부 한쪽을 향한다는 이상한 점이 있었지만, “절대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는 명령 때문에, 알아도 공격할 수가 없었다. 전쟁에서 선제공격은 승패의 큰 영향을 차지한다. 선제 공격을 당하면, 초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인적 물적 손실이 큰 상태에서 싸움을 해야 한다.
영화의 모든 내용을 말하면 스포가 되므로, 연평해전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만 잠깐 이야기했다.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은, “왜 저 아까운 목숨들이 죽어야만 했는가”였다. 해군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거의 전멸했는데도, 최고 통수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영결식에 얼굴 한번 비추지 않았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던 그들의 안타까운 생명, 소중한 그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유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지 않고, 월드컵이나 보러 일본에 갔다.
군사정권 시절의 사병들의 구호는 “먼저 보고, 먼저 쏘자”였다고 한다. 군인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선제공격의 중요성을 알았던 것 같다. 군사 정권 시절은 민주화가 정체되었어도 안보는 확실했고, 문민정부 시절은 민주화는 꽃피웠어도, 안보는 불확실했다.
이 영화는 보수이냐, 진보이냐를 떠나서, 억울하게 희생된 생명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우리 군이 미리 감청해 사고가 일어남을 알고 있었음에도, 북한보다 월등한 병력을 가지고도 있었음에도,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보수 진보 여부를 떠나서, 대통령은 최고통수권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한다.
이 영화에 대해 왜 “보수 세력의 감성팔이 영화”라는 말이 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과장이 없는, 하나의 기록영화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교훈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안타깝게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사병들, 장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수든, 진보든,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의 논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쨌든 결론은, 영화가 “억지로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제공격을 받았음에도 끝까지 강한 정신력으로 나라를 지킨 그 분들은 진정한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