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스스로 칭황제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궁궐 법도에서 여자의 최고 칭호는 '비' 입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이 '비'는 '제왕의 아내'를 뜻하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죠.
여기서 잠깐,
황후와 비가 왜 다른지 집고가자면,
조선에는 없는 중국 호칭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칭 황제를 해온 중국의 경우,
황제의 본처는 "황후"
황제의 후궁 중 가장 높은 여자를 "황귀비"
두 번째 후궁은 "귀비"
세 번째 후궁은 "비"
네 번째 후궁은 "빈"
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왕의 아내는 "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왕의 정실 부인인 중전 = 비 = 왕후
첫 번째 후궁이 "귀빈"
두 번째 후궁이 "희빈"
세 번째 후궁이 "숙빈"
이렇게 이어집니다.
고종이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제국'이라 칭하였고,
그 과정에서 죽은 민 씨를 "황후"로 한 까닥이 그것입니다.
조선에서는 "비"가 가장 높은 호칭이었기 때문에,
"비 = 황후와 동급" 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기도 합니다만,
고종이 "왕"이 아닌 "황제"를 지칭했고, "전하"가 아닌 "폐하"라 부르도록 한 것과 같은 이유로,
"비"나 "왕후" 가 아니라 "황후"라는, 조선 역사에서 전례 없는 호칭을 내린 까닥이 다 있는겁니다.
고종이 아무리 무능한 왕이었다고 할 지라도,
이유도 없이, 선대 전례가 없는 "황후"를 붙인 것은 아니지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고종 스스로도 '비 = 왕후 = 황후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라 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