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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11 23:16
가위, 바위, 보의 생태학
 글쓴이 : 다다다다다
조회 : 331  

가위바위보의 생태학 풍부한 종다양성의 비밀 가위 바위 보,<br >생태학의 난점을 해결하다?
가위 바위 보. 언제 배웠는지도 모를 정도로 누구나 다 아는 놀이다. 가위는 보를 이기고(자를 수 있으니까), 보는 바위를 이기고(감싸버릴 수 있으니까), 바위는 가위를 이긴다(부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가위, 바위, 보 가운데 누가 더 강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둘씩 짝을 지으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셋 모두를 고려하면 우열을 논할 수 없다.

‘가위 바위 보’, 생태학의 오랜 난점을 해결하다?

풍부한 종다양성의 비밀, 가위바위보에서 찾는다. <출처: sxc.hu>
이처럼 간단해 보이면서도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은 ‘가위바위보’가 생태학의 오랜 난점을 해결하는 데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난점이란 바로 생태학의 유명한 이론인 ‘경쟁배타의 원리’다. 비슷한 자원을 놓고 여러 종이 경쟁할 경우 결국은 한 종만 살아남는다는 원리로 당연한 얘기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경쟁배타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이들은 살아가려면 종에 관계없이 공통으로 빛과 이산화탄소, 각종 무기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 두 종을 함께 키우면 결국은 한 종이 선택된다. 그런데 바다에서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의 플랑크톤이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경쟁배타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플랑크톤 역설(paradox of the plankton)’이라고 부른다.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두 종만 경쟁시킨다는 건 가위만 내는 사람과 바위만 내는 사람을 시합시키는 것과 같다. 바위를 내는 사람이 이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여러 종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가위 바위 보가 뒤섞여 승부를 보지 못하고 공존하는 게 아닐까.

도마뱀 수컷의 물고 물리는 관계

작은 도마뱀인 우타 스탄스부리아나의 수컷은 목의 색깔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인다. 그 결과 주황색, 파란색, 노란색(왼쪽부터) 수컷 사이의 관계가 가위, 보, 바위처럼 서로 물고 물려 공존한다. <출처: UCSC>
실제로 가위 바위 보의 원리가 실현되는 자연계의 사례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작은 도마뱀(학명은 우타 스탄스부리아나(Uta stansvuriana))은 수컷이 목 색깔에 따라 3종류가 있는데 행동이 서로 다르다. 즉 목이 주황색인 녀석은 성격이 거칠고 차지하는 영역이 넓어 암컷 여러 마리를 거느린다. 반면 목이 파란색인 녀석은 성격이 덜 사납고 좁은 영역에서 암컷 한 마리와 지낸다. 끝으로 목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수컷은 영역도 없고 얼핏 보면 암컷같다.
이들 수컷 가운데 당연히 주황색인 녀석이 우세할 것 같다. 그러나 놀랍게도 노란색 수컷이 이들의 천적이다. 노란색 수컷은 주황색 수컷의 영역에 몰래 침입해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황색 수컷이 거느리고 있는 암컷 중 다수가 노란색 수컷의 새끼를 낳는다. 이렇게 노란색 수컷이 늘고 주황색 수컷이 줄어들면 파란색 수컷도 덩달아 늘어난다. 자기보다 강력한 영역 경쟁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노란색 수컷이 곤란하게 됐다. 파란색 수컷은 좁은 영역에서 암컷 한 마리를 감시하기 때문에 몰래 짝짓기할 틈을 노릴 수 없게 된 것. 결국 파란색 새끼들이 많이 태어난다.
이렇게 파란색 수컷이 늘고 노란색 수컷이 줄어들면 다시 주황색 수컷이 늘어난다. 노란색 수컷만 없다면 소수일지라도 파란색 수컷을 쫓아내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황색 수컷의 숫자가 가장 많아지고 파란색 수컷은 줄어들면서 위축됐던 노란색 수컷이 기지개를 켠다. 이 녀석들은 주황색 수컷의 영역을 돌아다니며 몰래 짝짓기를 한다. 다시 원점으로 온 셈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인디아나대 생물학과의 리블리 교수팀은 이런 관계를 처음 발견해 가위바위보의 관계가 실제 생태계에 존재함을 증명했다. 연구자들은 “관찰결과 6년을 주기로 이런 변화가 반복됐다”며 “수컷들의 이런 상호작용은 동적인 가위바위보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박테리아도 가위바위보 한다

페트리 접시에 독소(콜리신)와 해독제를 같이 만드는 대장균(C), 해독제만 만드는 대장균(R), 둘 다 못만드는 대장균(S)을 일정한 영역에 접종한 뒤 영역 경계 변화를 관찰했다. C와 S의 경계는 노란선, C와 R의 경계는 분홍선으로 표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계가 바뀌지만 사라지는 종류는 없다. <출처: 네이처, PNAS>
흙 한줌에는 보통 수만 종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어마어마한 종다양성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성도 가위바위보 관계의 결과일까. 이런 현상을 실험으로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난 2002년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과학과 벤자민 커 교수팀은 대장균 변종 3가지를 대상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종류(C)는 콜리신이라는 독소와 그에 대한 해독제를 만든다. 또 다른 종류(R)는 독소는 못만들지만 해독제는 만든다. 나머지 하나(S)는 독소도 해독제도 만들지 못한다. 이들이 경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독소와 해독제를 동시에 만드는 대장균과 해독제만 만드는 대장균이 경쟁할 경우 후자가 이긴다. 독소를 만드는데 자원을 쓰지 않기 때문에 세포분열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바위와 보의 관계인 셈이다.
해독제만 만드는 대장균과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대장균이 만나면 후자가 번성한다. 해독제를 만드는데 자원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보와 가위의 관계다. 짐작하겠지만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대장균과 독소와 해독제를 동시에 만드는 대장균이 경쟁하면 당연히 후자가 이긴다. 앞의 종류는 독소에 맥을 못추기 때문이다. 가위와 바위에 해당한다. 연구자들은 페트리 접시에 이들 세 종류의 대장균을 배양했다. 그 결과 서로의 경계선이 계속 변하기는 하지만 세 종류가 모두 살아남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세 종류를 페트리 접시가 아니라 플라스크 속의 액체배지에 넣고 키울 경우 결국 해독제만 만드는 종류만이 살아남았다.
연구자들은 “세 종류가 잘 섞이는 액체배지에서는 해독제를 만들지 못하는 종류가 바로 죽고 두 종만 남기 때문에 결국은 해독제만 만드는 종이 우세해진다”며 “페트리 접시처럼 어느 정도 공간적으로 격리된 조건이 종다양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많은 서식조건이 잘 저은 수프보다 피자의 표면과 더 비슷하다”며 자연계에서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위바위보로 살아남는 종은 늘 홀수

세 집단이 경쟁하는 가위바위보는 최소한의 물고 물리는 관계다. 만일 이런 관계에 속하는 집단이 더 커지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자연계는 수도 없이 많은 종들이 이런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산타바바라) 생태학과 조너선 레빈 교수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써서 우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록 종다양성이 더 잘 유지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4월 5일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종 사이의 관계는 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복잡해진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가위바위보의 생태학 이미지 1
가위바위보처럼 3가지 종(n=3)에서는 3가지 관계만 고려하면 되지만 5가지 종만 돼도 관계의 수는 10가지로 늘어난다. 종류가 늘어날수록 컴퓨터를 쓸 수밖에 없다. 또 각 관계의 우열 방향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긴다. 예를 들어 3종일 경우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경우도 있지만 A가 B와 C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는(따라서 C는 둘 다에게 짐) 경우도 있다. 연구자들은 자연계에서 이들이 만나 경쟁하는 걸 시뮬레이션에서 가위바위보 시합으로 대체했다. 처음에 각각 2만 5000마리의 선수가 출전해 무작위로 상대를 만나 가위바위보를 한다. 지면 사라지고 이기면 개체수가 하나 늘어난다. 이렇게 무작위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시합을 반복한다.
예상대로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맞물리는 경우는 게임이 진행돼도 각 종의 평균개체수가 처음의 비율(1:1:1)을 유지하지만 A가 B와 C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는 두 번째의 경우 C가 사라지고 얼마 뒤 B도 사라져 A만 남는다. 이제 종을 하나 늘려 A, B, C, D가 출전할 경우 다른 종끼리 맞붙을 관계의 수는 6가지다. 각 관계의 우열 방향에 따라 4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어떤 관계에서도 4종 모두 살아남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1종만 남거나 3종이 남았다.
종을 하나 더 늘려 A, B, C, D, E가 나올 경우 관계의 수는 10이고 각 관계의 우열 방향에 따라 12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 가운데 5종이 모두 살아남는 우열의 관계는 2가지다. 1종만 살아남는 경우가 4가지, 3종이 살아남는 경우가 6가지다. 역시 2종과 4종이 살아남는 경우는 없다. 결국 가위바위보의 종다양성은 홀수로 귀결된다.
실제로 6종으로 시뮬레이션을 할 경우 관계의 수는 15이고 각 관계의 우열 방향에 따라 44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시뮬레이션 결과 어느 것도 6종이 다 살아남는 건 없었다. 각 우열 관계에 따라 살아남는 종의 수를 보면 어느 한 종이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우 종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종간 균형이 맞은 생태계에 강력한 외래종이 들어올 경우 급격히 종다양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연구자들은 “상호작용이 이질적일수록(즉 물고 물리는 관계일수록) 네트워크의 구조가 다양성을 선호한다”며 자연계의 풍부한 종다양성이 종 사이 가위바위보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위바위보의 네트워크. 서로 가위바위보의 관계에 있는 여러 종이 경쟁하는 관계를 시뮬레이션하면 종 사이가 어떤 우열관계에 있을 때 종다양성이 유지되는지 알 수 있다. 원 안의 숫자는 전체 개체수에서 해당 종의 평균 개체수 비율이다. 화살표는 지는 쪽에서 이기는 쪽을 향한다.
1) 3종이 경쟁하는 경우
각 종이 물고 물리는 관계, 즉 전형적인 가위바위보의 관계일 때(아래) 각 종이 동일한 비율로 살아남음을 보여준다.
가위바위보의 생태학 이미지 2
2) 4종이 경쟁하는 경우
각 종 사이 우열의 배치는 4가지가 있는데 어떤 경우에도 4종 모두가 살아남지는 못한다. 최대 종다양성은 3종이다.
가위바위보의 생태학 이미지 3
3) 5종이 경쟁하는 경우
각 종 사이 우열의 배치는 12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두 경우에서 5종 모두가 살아남는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일수록 종다양성이 큼을 알 수 있다.
가위바위보의 생태학 이미지 4
 
네이버 캐스트 펌입니다. 흥미로워서 한번 올려봅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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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바트 14-06-11 23:23
   
그럼 만약 3종이 있는데, A를 B가 잡아먹고, C가 A를 잡아먹고 B도 잡아먹을 수 있는데, B는 그냥 A와 C에게 당하기만 하는 종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다다다다다 14-06-11 23:32
   
위 그림에서 3종이 경쟁하는 경우에서 왼편 그림에 해당하는 경우 아닐까요. C가 승자인걸로.
          
크라바트 14-06-11 23:39
   
아..그러니까 저 도표는 가위, 바위, 보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는 종은 홀수다 라는 걸 말하는 거군요.
민낯 14-06-11 23:41
   
헉 나만 머리 아픈가....
멍삼이 14-06-12 02:12
   
예전에 이어령교수님께서 동양철학을 강연하실 적에
가위바위보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균형이라는 말씀을 얼핏 들었어요.
쉽게 말해서, 어느 누구도 '승자독식'이 없다는 멋진 진리를...^^;;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멀리뛰기 18-06-13 23:18
   
가위, 바위, 보의 생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