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 구한 ‘훌륭한 판사님´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3.10.04 12:18
현직 판사가 밀린 월세로 소송에 걸려 쫓겨날 위기에 놓인 소녀 가장 대신 임차료를 내주고,
이에 감동한 이웃들까지 발벗고 나 서 결국 소송이 취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동을 주고있다.
박모(16)양이 소녀가장이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때.
가정불화 끝에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80세 가 넘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서울 가양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보조금만으로는 아파트 임차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기에 벅차 장기체납을 했고,
결국 지난 6월 도시개발공사로부터 집을 비우라는 건물명도 소송을 당했다.
박양의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 7단독 곽용섭(38 ・사시35회) 판사는
박양의 딱한 사정을 알고 원고측 대리인을 불러
“내가 체납금 77만원을 부담할테니 소송을 취하하 면 안되겠느냐”고 설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박양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열었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체납문제도 해결했다.
도시개발공사 역시 한 발 양보해 지난달 1일자로 소송을 취하하면서
박양은 할아버지와 함께 다시 임대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