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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알파벳을 한글로 표기할 수 없고, 모든 한글을 알파벳으로 표기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언어 문화권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문화권의 글자 체계로 모든 언어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건 생각이 짧은 겁니다.
영어에서 한글로 표기 못하는 건 대표적으로 R/L, P/F, V/B 가 있고, 알파벳도 한국어의 모음을 비롯해서 겹음, 겹받침은 제대로 표기하지 못합니다.
1) 현대는 뭐라고 읽지요? 횬다이라고 읽습니다. 아무리 알파벳을 열심히 배열해서 읽어보라고 해도 현대라는 발음 못만들어요.
2) 우리나라 고유의 성인 '서', '최'도 아무리 알파벳을 써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그 발음을 완벽하게 재현하진 못합니다.
3) 우리나라 회사 중에 쌍용이라고 있지요? 알파벳으론 ssang yong 이라고 표기합니다. 그럼 외국인들은 이 ssang을 어떻게 발음할까요? 발음 못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중국어를 볼까요? 중국어는 영문식 알파벳을 이용해서 병조(음차)를 쓰는데요. 이 알파벳이 본토에서 쓰는 영어와 또 다릅니다. '車(cha)'라고 표기해도 중국에선 혀를 윗천정으로 밀어넣고 발음하지만, 영어에선 그냥 '챠'라고 발음합니다. 한글이요?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쓰는 저 발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동남아까지 가면 멘붕 옵니다. 동남아 애들도 알파벳으로 음차를 하지만, 미국인들, 영국인들 모두 제대로 발음하지 못합니다. 알파벳을 읽는 방법이 다르거든요. 한국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서 발음해도 동남아 사람들의 발음을 못따라 합니다.
결국 알파벳이 위입네 한글이 위입네 하는 건 쓰잘데기 없는 논쟁이에요. 단지 한 문화권에서 자신들의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어느 문자도 전세계의 모든 발음을 표현할 순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알파벳과 한글 중에 어떤 것이 더 우위냐고 묻는다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하나의 기호가 하나의 발음과 1:1로 대응되고, 글자의 모양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창제된 한글이 약간 우세하다고 하고 싶네요.
ps. 문자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의성어입니다. 어떤 문자도 제대로 된 의성어를 표현하지 못하죠.
ps2. 아, 그리고 한글은 발음기호와 소리가 1:1 대응이 되니까, 창제 원리에 맞게 새로운 기호를 만들면 어느 정도 알파벳이 커버는 됩니다. 다만 연음과 같은 건 한글의 내제적 한계 때문에 절대 정확히 표기할 수 없을 듯. 뭐, 이건 알파벳도 마찬가지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