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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02 17:32
명량을 보면서 든 느낌..불안, 공포, 절망, 암담, 막막함..
 글쓴이 : 크라바트
조회 : 842  

명량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12척의 배로 330척의 적이라는 불가능한 적을 박살낸 이순신 장군의 신기묘산과 탁월한 용병술에 감탄했지, 당시 그 분이 느꼈을 불안, 공포, 암담, 막막함..같은 절망과도 같은 감정에 관해선 사실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명량 속의 이순신 장군님에 저를 대입시켜 보았더니, 정말 어떻게 저 상황을 견디고 지휘를 하여 적들과 싸울 생각을 하실 수 있었을까 그 부분이 더 크게 와닿더군요.
 
저라면 정말 미치지 않곤 못 견딜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영화 중간에 공포로 미쳐버려 횃불을 화약 속에 집어넣고 자폭을 시도한 장군이 있었을 정도로 눈 앞에 새까맣게 진격해 오는 330척의 적 선단은 그야말로 공포와 절망 그 자체..
 
'워메 저 새까만 게 뭐시여?'
 
안개가 걷히며 모습을 드러내는 적 선단은 좌측 끝에서 우측 끝까지 빽빽하게 차있고, 공중에서 내려다 보여주는 적의 규모는 아주 벗겨도 벗겨도 계속 벗겨지는 양파와도 같았습니다.
그에 반해 이쪽은 듬성듬성, 띄엄띄엄.. 한 줄로 늘어서 있는 꼴랑 12척..
그나마도 11척은 도망가 버리고 이순신 장군님이 타고 계신 달랑 1척만이 닻을 내리고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죠..
 
당랑거철, 계란으로 바위치기..?
도대체가 답이 안보이는 그 상황에서 당연히 두려움을 못 이긴채 따라오지 않고 도망간 11척의 배.. 
 
제 나름대로 비슷한 실제상황을 연상해 보았습니다.
저 쪽에서 날 죽이겠다고 '우와아~' 함성을 지르며 시퍼런 식칼과 망치를 들고 달려오는 330명의 조폭들..
그 앞에서 불안한 마음을 억지로 다잡고 장비를 점검한 후 싸울 자세를 잡는 저..
 
허어..정말 그건 공포와 절망, 막막함 그 자체더군요.
아마 백이면 백 다 '아 ㅅㅂ 좆댔다.' 내지는 '아..나 죽었구나' 라며, 자포자기하거나 도망갈 생각하거나 머리 하얗게 탈색된 채 근육 다풀려 오줌 지리고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기 바쁘지, 세상 어느 누가 330명이 달려오는데 '죽기살기로 한번 싸워보겠다' 나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놈들을 다 쳐부수고 말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겟습니까?
 
그런 희망도 없고 답도 안보이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죽기를 각오하고 적과 맞서싸운 이순신 장군의 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높은 정신력과 굳건한 용기가 저에게 가슴떨림, 감동과 함께 존경심을 더욱 자극하게 하더군요.
 
피난 가던 사람들과 두려움을 못이기고 도망가던 아군의 절망과 공포까지 용기와 환희로 바꾸신 이순신 장군님..
다른 게 신이 아닙니다.
다들 불안과 절망을 이기고 평안을 얻고 기대고 싶어 신을 믿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명량 속의 이순신 장군님은 그 순간만큼은 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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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14-08-02 17:34
   
재밌게보셧나보군요 보고싶네 ㅋ
ForMuzik 14-08-02 17:49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실제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이 탄 기함 단 한척으로 몇시간동안 홀로 일본군과 싸웠다고 기록되있죠
솔직히 군세로 보아 이긴다는건 말이 안될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라
부하장수들은 대장이 선봉에 있는데도 멀찍이 뒤로 빠져서 여차하면 바로 튈 생각만하고 있었죠
     
회백이 14-08-02 18:02
   
칠천량해전에서 공포보다 분노와 용기있는 정예병 다 말아먹었으니.....
          
드라이브1 14-08-02 18:04
   
선조랑 원균 머리한번 뜯어보고싶음
               
kuijin 14-08-02 20:24
   
동감입니다.
               
햇살조아 14-08-03 00:30
   
입에 담기 더러운 이름들임.

어지간만 했어도. 이렇게 후세사람들에게 길이 길이

천세를 욕먹진 않았을텐데. 정말 중요한 위치에

간다면 행동거지 조심하고 정도를 따라야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낌.
햇살조아 14-08-03 00:40
   
다른 이야기지만 이순신장군은 백병전은 없지 않았을까요.

백병전 했다기에는 통제사 영감 전위군이 너무 사상자가 없어요.

그리고 일기에는 감히 접근 하지 못하고 붙었다 떨어졌다는 반복했다고 나왔는데

난중일기에는 서른살 갓넘은 안위가 욕처먹고 전장뛰어들어 싸우다

라인을 너무 앞으로 당겨 적 3척에 포위당하여 백병전을 한것같고.

통제사영감이 바로 따라가 함포로 3척 모두 날려버리는 장면이 나오걸

보면.

적 전위부대 파괴된 잔재가 앞을 막았던것 같아요. 게다가 세키부네, 안택선이 물살 때문에

배 제어가 전혀 안된 것으로 보이고  아주 난장판으로 그려지던데.

울돌목 그렇게 좁은 수로에 그 큰배가 31척이 작살나서 떠있고 가라 앉는 시간이 2시간이

넘었다고 하는걸보면 접근전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