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동료들이 노래방도 가자고 했지만, 노래방을 갔다면 분명 막차를 놓쳤을 것이다.
미련은 남지만, 택시비에 할증까지 붙으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러 나왔다.
앞으로 20분 후면 자정,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잡아탈 수 있었다.
급행전철이기 때문에 30분 정도면 집 근처 역에 도착할 것이다.
역이 두어개 쯤 지났을 무렵, 한 남자가 지하철에 탔다.
전철의 문이 닫히자 마자, 그 남자는 승객들의 얼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실례합니다, 당신의 나이는 28살입니까?"
"네...... 어떻게 알았죠?"
내가 되물어도 남자는 무시하며, 또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다.
"아주머니는 49세이신가요?"
"네, 맞아요!"
"아저씨는 53세?"
"아니, 그걸 어떻게...?"
그런 대화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얼굴을 보기만 하면 나이를 맞추는 초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무시하고 다음 정차역을 보니 아직 15분 정도 남았다.
그 남자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나이를 맞추며 전철 차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당신은 50세군요?"
"맞는데, 앞으로 5분 후면 51세가 되요."
마지막 질문을 받은 아주머니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나이를 맞추던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새파래졌다.
"굉장한데요, 어떻게 나이를 백발백중으로 맞추시나요?"
아주머니가 되묻자,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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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제가 볼 수 있는 건 여러분의 수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