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요괴 나올 때와 비슷하게 떠들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왜 요괴와 관련된 설화들이 없나요. 일본은 많은데'
바로 이런 소리와 똑같은 말을 할 거란 말이죠.
그렇다면 전통에 대해서 일본은 어떤 식으로 향유하는지 봅시다.
'기모노 입기' '사무라이, 닌자문화의 미화' '장인정신' 등등
일본인이 '신도'를 놓고 '구식이니 타파해야 한다' '신도가 일본을 망쳤다' 라는 말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이건 일본의 경제적 수준이 올라가서 특별히 자기네 전통문화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의식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한국인의 정신이라는 주제로 장황하게 썰을 푼 책들이 많이 없고, 유교를 버려야 한다는 식의 글을 보면 딱 2사람이 생각납니다. 한명은 이원복씨, 다른 분은 경희대 이만열씨.
이원복씨는 보다 식자층을 대상으로 문화비평을 하지는 않지만, '한국인들은 오리지날리티에 광징한 집착이 있다'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 편입니다. 해방이후 경제발전기에 오면서 서구식 사상, 문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유교에 대해서는 냉담하게 반응을 합니다. 이전 시대에는 유교를 떠받들었지만, 일제시대, 전쟁을 겪고 나서 산업화를 할 무렵에 재빨리 이걸 버리고 다른 사상체계를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유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라는 책을 아시는 분은 우리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기존 문화에 대해서는 '꺼져주세요'라는 '순수성' 의 압박감이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면 다른 문화는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요.
이만열씨는 한중일 비교를 하면서 한국은 진리과 권력의 문제에서 진리에 집착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씁니다. 역사기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지만 중국이 동북공정 뿐만 아니라 과거 25사에 대해서도 '정말로 사실이라고 존재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압박 없이 현재 정치권력과 묘하게 갈마드는 지점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우리는 누가 누구의 역사냐라는 것에 굉장히 까다롭게 굴고 진실의 공간에서 다룰려고 하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정치권력에 봉사하는 수준에서 역사가 이용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발상이 있고, 우리는 이걸 이해를 잘 못합니다. 역사는 사실 그대로를 써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유교를 놓고서도 참/거짓 이라는 지평에서 밖에 생각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 서구문화를 받아들였으니 조선기는 암울하고 미개하니까 버려야 한다는 식의 발상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상황이 이러니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사고와 향유가 없이 피상적으로 겉핥기에 그칩니다. 한식, 한복, 한옥 등등. 우리의 것을 우리의 것으로 사랑하지 않고, 자꾸 일본식으로 굴절된 전통의 향유를 할려고 히죠 일본이 기모노를 입으니까 한복을 입어야 하고 일본의 전통여관이 고풍이 있으니가 한옥이 멋지다라는 수준. 실제 한복관련 주제가 나오면 '기모노' 이야기는 꼭 나옵니다.
피터바돌로뮤씨가 서울에 거주하면서 한옥을 지키려고 노력한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서야 '외국인이 그러는데 우리는..' 이런 소리를 하니까요.
저도 지적으로 빈곤하고 아는게 없이 주저리 썼지만 우리는 얼마나 유교를 공부해놨고, 얼마나 한국어를 고급스럽게 써봤을까요. 정작 외국인에 의해서 '우리나라 정신의 세계사적 의의와 미래에도 발전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라는 걸 보면 우리가 전통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나옵니다. (이만열씨 칼럼은 기사검색하면 있고 읽어볼만 합니다)
"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은 인구 2000만 명이 넘는 나라 중 식민지를 경영한 경험 없이 선진국이 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6·25전쟁이 끝난 1953년, 소말리아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지녔던 한국이 불과 두 세대 만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된 근본적 배경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한국의 과거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수천 년간 지속된 지적·문화적 전통이 있었기에 그런 기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