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 전 홍콩의 영화 인력, 기술들이 대거 중국으로 유입된 시기, 중국영화는 꽤 괜찮았습니다.
저는 그때가 중국영화의 전성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뿐 아니라, 당시 한참 자본주의 돈맛에 빠져있던 중국은 사상적으로도 꽤나 느슨한 시기였죠.
영화의 소재가 적어도 지금보다는 자유로왔습니다. 시대극 뿐 아니라 중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
를 조명한 영화도 간간히 나왔습니다.
물론 그당시에도 영화상에서 정치적, 사상적인 비판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사회 부조리에 대한
한탄 정도는 아주 살짝 용인되는 분위기가 분명 있었습니다.
이때 중국 영화는 국제적으로 꽤 많이 약진했고, 전세계 영화제에서도 좋은 성적을 많이 거뒀죠.
물론 엄밀히 말하면 '중국 영화'라기 보다는 '중화권 영화'라고 하는것이 정확하겠지만 말입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중국 영화는 거대자본을 배경으로 외적으로는 더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잔뜩 돈으로 치장된 겉모습은 예전보다 화려해졌을지 몰라도 지금의 중국영화는 실속이
전혀 없는 쭉정이일 뿐입니다.
요 근래 중국영화 중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영화가 있던가요? 하다못해 우리를 그냥 웃게하고,
즐겁게 해주는 오락 영화가 있던가요?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참신한 소재의 영화가 있던가요?
십 수년전 우리가 좋아했던 그 감독들은 다 어디에 갔나요? 상당수가 중국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선전용 영화나 만드는 공산당의 나팔수로 전락했습니다.
과거 중국영화는 비록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투박함 속에 나름의 진실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영화는 여전히 세련되지 못할 뿐 아니라, 거기에 졸부 이미지까지 더해졌습니다.
돈으로 헐리우드 유명배우를 출연시키고, 화려한 CG로 떡칠을 했지만 영화가 비루해 보입니다.
돈만으로는 절대 문화를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사상의 기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뿐만아니라 현대사회에서는 국가의 이미지가 문화를 전세계에 수출하는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21세기, 중국이 문화대국으로 성장하는 날은 아직 요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