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위대한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위대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적어도 저에겐 그렇습니다.
내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할아버지와 아버지란 지지대가 있었고,
내가 이쪽으로 빗나가든, 혹은 저쪽으로 뻘짓하든, 결국엔 나를 돌아오게 하는 원동력이였죠.
조금 자랑하자면, 조부께선 소위 지방의 유지셨습니다.
대단할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역CF나 신문에는 왕왕 나오실 수준은 되시죠.
고로, 검색하면 바로 뜨셔서, 자세히는 설명을 못드리겠네요.
다만, 당신께선 전재산의 90%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셨습니다.
그리고, 본인께선 작은 아파트에서 사시게 되었고요. (그전까진 넓은 주택)
대상은 청소년들이였으며,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시길 원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학창시절의 일이였는데요. 저에겐 부자 할아버지란 각인이 되어 있던 상황이죠.
조부의 집은 항상 넓었고, 손님이 많았고, 당신이 받은 몇개의 훈장은 나의 자랑이였죠.
근데, 재산의 태반을 환원? 내가 당신의 성을 이은 이 집안의 장손인데?
아까웠습니다. 하다못해 나에게 1~2억만이라도 줬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직계인 자녀들은 아까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당신을 응원하고, 자랑스러워 하셨죠. 손자인 나는 이 모양인데 말이죠.
제가 쓰레기라고 현재도 스스로를 칭하지만, 그럼에도 기부행위를 꾸준히 하고,
어느정도 측은지심을 갖고 사는 것은, 아마도 조부의 그 행위가 컸었기때문입니다.
몇해 전인가? 치매가 오시기 시작하셨죠.
조부께서도 인지를 하셨는지, 얼마남지 않은 재산마저 가족들에게 모두 나눠주셨습니다.
저에게도 주셨네요. 액수를 떠나서, 눈물날만큼 가슴아픈 돈이였습니다.
그렇게 치매는 점점 심해지고, 어제 제가 지방에 내려가서 뵜을 때에는, 저조차 몰라봤습니다.
조모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너의 조부께선 정말 멋진 분이셨다. 정말로 멋진 분이셨는데, 이런 모습이 너무 가슴아프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은가?....하셨습니다.
저는 위대한 조부의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위대한 조부의 목욕을 도왔으며,
나를 알아보지 못하여,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하는 조부를 맞이하고 왔습니다.
치매란 사람이 아니라, 집안을 무너트리는 병이였더군요. 그것을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