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민이라는 단어를 가끔 섞어서 쓴다고 별 문제라고 보진 않는데, 국민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인민이라는 단어만 써야된다고 하는 사람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봄. 또 서구권에서 people이란 단어를 쓰는 건 정치적 용어로 표상해서 쓰는 것 보다 그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란 뜻으로 쓰는 것임. 근데 우리는 사람들이란 것을 people로 번역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정치적 용어로서의 people은 인민으로 번역했기에 전혀 다른 문제가 됨.
국민은 nation, 인민은 people의 번역어 입니다. 인민이 국민보다 좋은 뜻도 아니고, 국민학교는 황국신민학교와 관련이 있어도 국민과 황국신민은 관계가 없습니다. 두 용어는 국가를 전제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은 인민들이 모여서 국가를 형성함으로써 성립하는 개념이고, 인민은 국가 이전 사회상태에서 이미 성립하는 개념입니다.
자연법이나 사회계약론을 얘기할 때 로크가 주장하는 개념이 국민이고, 루소가 주장하는 개념이 인민입니다. 자유주의국가에서는 국민국가형성(nation building) 이후에 계급이나 신분의 구별없이 같은 국민이라는 이유로 자유주의혁명을 완수했기 때문에 국민이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고, 공산주의에서는 루소의 이론을 일부 뒤집어 마르크스가 사용했고 국가를 부정하고(최대한 인정해도 잠정적으로 존재하는 필요악으로 봄) 국적에 관계없이 같은 계급의 연대와 지배를 강조하며 자연상태에 해당하는 원시공산주의사회를 이상향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국민이라는 용어는 공산주의에 반해 쓸 수 없는 것이고 인민이라는 용어를 쓸 수 밖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