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게 지역적 특성으로 받아들여지던데요. 하긴 이렇게 변하고 벌써 한 세대 넘는 세월이 흘러버렸으니, 이제 지역적 특성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 그랬던 게 아니라는 것만은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변하게 된 데에 제 개인적 기억으론 두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번째 배달영역의 확대... 예전엔 식당들이 배달이래봐야 주변 몇백미터 안으로만 다녔어요. 전화번호부나 전단지(전단지 대량으로 찍기도 힘든 시대였고)에 의존하던 시절이라, 같은 동네 식당에 주문을 했었거든요. 자전거나 도보로 주로 배달하던 시대...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건 흔치 않았었죠. 그럴 필요도 없었고...
이게 오토바이가 흔하게 보급되면서부터 점점 영역이 넓어지더니... 배달식당이 대형화되어 다른 동네 식당과 경쟁하기 시작합니다. 전화요금도 갈수록 저렴해지고 전단지를 대량으로 인쇄하기 시작하더니... 필요성이 생기니 오토바이를 너도나도 사서 영역을 넓히고... 경쟁에서 밀린 식당들은 도태되고, 대형 배달업체 위주로 개편되지요. 그와중에 잔머리를 써서 한 업체가 여러 업체명의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는데, 무작위의 여러 전화 중 자기 식당에 전화하는 확률을 높이려는 획기적인 잔머리... 이 식당이 맛없어서 저 식당에 전화했는데, 이 식당이고 저 식당이고 결국 같은 식당...
이렇게 대형화되고 한번에 배달나가야 하는 물량이 많아지니, 예전처럼 즉석에서 조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전에는 가장 많이 나가는 기본 짜장 정도만 미리 만들어두던 정도에서, 이제 짬뽕, 간짜장, 탕수육, 볶음밥, 잡채밥.. 모조리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두게 되고... 야채는 흐물흐물해지고, 짬뽕국물은 텁텁해지고, 잡채면발은 퍼지고, 볶음밥이나 탕수육은 기름에 절어 눅눅해지고...
이 시기부터 짜장을 아무데나 얹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갓 조리한 프레쉬한 맛과 향이 없으니 대신할 소스가 필요해진 거지요. 이게 반응이 좋으니 제대로 그때그때 조리해 내놓는 가게조차도 변화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던 거고...
반대로 후라이는 더 만들기 쉬운 찐계란이나 메추리알로 대체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생략... 물론 소비자는 다른 식당에 시키지만, 전술했듯이 이름만 다르지 결국 그 식당이 그 식당... 어느 순간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어지는...
두번째 변화는 동물성 기름... 흔히들 일본에 가면 튀김류, 특히 돈까스가 맛있다고들 하는데요. 시대가 어느 시대이고 우리 요리인들의 튀김실력도 만만치 않은데, 이상하게 맛이 제대로 안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자는 일본의 장인정신 어쩌고 하지만, 이유는 전혀 딴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예전에 삼양라면의 소기름(우지) 파동으로 인해 동물성 기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일반화되었습니다. 그후 모조리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되고, 덕분에 동물성 기름은 구하기도 힘들고 품질도 신선도도 예전만 못해서 잘 사용되지 않지요. 일본은 그런 과정이 없었기에 여전히 동물성 기름이 주류인 거구요.
공장에서 잘 정제한 신선한 동물성 기름은 우려와는 달리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이 잘 제거되어 있고, 식물성 기름에 비해 산화되는 속도가 느려 발암물질 생성이 느리기 때문에, 되려 건강에도 더 좋을 확률이 높습니다. 식물성 기름보다 훨씬 풍부한 맛은 덤이지요. 내용물인 고기의 육즙과 더해져 맛의 상승효과가 좋았구요. 지금의 식물성 기름이 눅눅하고 내용물의 맛과 따로 노는 탓에 느끼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죠.
옛날엔 우리 식당들에서도 이런 동물성 기름이 주류여서 볶거나 튀기는 류의 음식들이 상당히 맛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탕수육, 볶음밥, 짜장... 상당히 맛이 진하고 풍부했었죠. 이제 현실적으로 그맛은 즐기기 힘들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꼭 발전하고 나아지는 것만은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