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깁니다. 그냥 답답한 마음에 어딘가에 하소연이라도 해야 속이 풀릴거 같네요. 집안일을 어디 지인에게 말하기도 창피하고 익명의 힘을 빌어 적어봅니다.
처제가 하나 있습니다. 삼십대 초반의 나이이고 옷관련 일을 합니다. 공장에서 옷 떼어다가 동대문에 납품하는 일을 히다 작년 쯤인가 작은 가게를 하나 냈다는 것 같아요.
아주 상세한 내막은 모르는게 저랑 와이프는 미국에 있거든요. 다들 그렇듯 먹고 살라니까 한국 어른들 생신 같은 굵직한 날만 간신히 챙기고 있습니다.
물론 처제 생일은 챙깁니다.
처제는 그래도 그쪽에서 오래 일한 것 같고 나름 능력도 있어서 그 나이때의 일반 월급 쟁이들이 만지기 힘든 돈을 번다고 들었습니다.
차도 제작년인가에 K9 신차를 샀다던데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네이버 검색해보니 일단 거기 있는 가격으로는 최하 5천만원대네요.
아무튼 잘 지낸다고만 들었고 관절염이 있지만 병원도 다니면서 치료 하고 잇다 들었고요. 오히려 일이 너무 잘되고 바빠서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것 같았네요.
그렇게 간간히 소식만 들었는데 올해 초 돈을 빌려달라더군요. 큰돈은 아니었어요. 150만원 정도.
이유인 즉, 운전하다 할머님을 치었는데 멀쩡해보이는데 합의금으로 천만원을 요구 했답니다. 당장 현금이 없으니 급하게 빌려주면 금방 갚는다고요. 그돈 못 주면 감옥을 간답니다.
솔직히 이해가 안갔습니다. 보험도 있을거고 내가 한국을 떠나있는 동안 법이 바뀐건가. 사람 치면 일단 무조건 형사입건되는 건가.
의문은 있었지만 캐묻기도 뭐하고 바쁘게 지내다보니 돈만 빌려주고 잊고 살았습니다.
물론 돈을 빌려줄때는 평소 소신대로 못 받을거 생각하고 빌려 준거고요. 과정은 와이프가 다 진행했어요. 아무래도 저랑 컨텍하면 처제가 불편할테니꺼요.
처제랑 가끔 연락 할때도 모르는 척 그냥 안부만 묻곤 했고요.
그러다 몇달이 지나 이야기가 나와 흘리는 말로 처제 안부를 묻다가 돈 갚았는지 와이프에게 물어봤는데 150만원 갚고 몇일 뒤 다시 100만원을 다시 빌려갔다더군요. 뭐 그려려니 했습니다. 어짜피 그냥 준돈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이때 그때의 의문에 되살아나 대체 왜 합의가 안되면 감옥에 간다는건지 혹시 처제 무보험인지 등에 묻는데 사실은 처제가 음주운전 중 사고를 냈다더군요.
제가 운전 관련해서 진짜 상대를 쓰레기 취급하는게 두갠데 하나는 음주고 하나는 깜빡이 안키는 운전잡니다. 와이프 운전하는 차 타면 맨날 싸우는게 깜빡이 안키는거 때문에 싸울정도에요.
전 그냥 습관이 되어서 새벽에 차가 한대도 없는 골목에서도 깜빡이를 킵니다. 그냥 자연적으로 손이 나가요. 그래서 뭐든지 첫 습관이 중요한가봅니다.
아무튼 이건 개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전 깜빡이 안키거나 음주운전 하는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하거든요.
제가 맨날 욕하는 짓을 처제가 했다니 어이가 없더군요.
아무튼 뭐 제 동생이었으면 싸대귀 날리고 끌고가서 피해자 분께 무릎꿇리겠지만 처제는 제 영역이 아니니..
그러고 몇달 뒤인 지난 달 집사는 문제 때문에 와이프와 대화 중 고백 할게 있다더군요.
한참을 불쌍한 표정을 하며 망설이길래 뭔일인가 싶어 웃으며 농담삼아 바람 핀거만 아니면 다용서해줄게 이지럴 했는데 ㅋㅋㅋㅋ
처제 사업이 잘 안되서 1500만원이 급히 필요해 빌려줬다 더군요. 1500불로 잘못 듣고 '처제 힘들겠네.. 근데 작은 사업이래도 사업은 사업인데 1500불으로 커버가 돼나?' 라 물으니 1500불이 아니라 1500만원 이라네요 ㅎㅎ
아 시발 ㅋㅋㅋ
누군가에게는 코묻은 돈일지 몰라도 저에겐 큰 돈이거든요. 미국생활 하고 학교다니면서 진 빚들 얼추 다 갚고 이제 돈 빨리 모아서 월세 매달 150만원 내외 버리지 않고 빨리 집사려고 좃같은 집에서(그래도 월세가 1200불) 살면서 버티는데 그돈을, 상의도 없이 빌려주다니요.
제가 화가 났던건 돈도 돈이지만 저한테 말도 없이 빌려주었다는 사실이 열받더군요.
근데 웃긴게 그게 3월달이었뎁니다.
뭐 어쩌고 저쩌고 해서 10월에는 갚는다고 해서 그냥 그때 돈받으면 되겠지 했답니다.
어짜피 저희가 당장 집살거도 아니고요.
뭐 와이프도 이해는 갑니다. 장인장모께서 60넘은 연세에 야간 경비일이랑 병원 간병일하시며 근근히 먹고 사셔서 둘째딸(처제) 지원이 불가능하고 처제가 돈 못 빌려주면 몸이라도 팔아야지 별 수 있냐는식의 협박아닌 협박을 하니 어쩔 수 없었겠죠.
아무튼 갚는 다니 지켜보기로 하고 넘어갔습니다. 뭐 역시 평소 신념대로 못받을 돈이다 생각 중이긴 하지만요.
그돈 없다고 당장 거리로 내쳐지는것도 아니고쩝.
아무튼 그리고 몇일이 지난 어제, 와이프랑 넷플릭스 켜놓고 옥자 보고 있는데 영화가 기대보다 지루하더군요. 와이프가 화장실 다녀온다길래 멈추고 폰 만지는데 옆에 있던 와이프 폰에 카톡이 오더군요. 보려고 본건 아니고 카톡이 울리니 본능적으로 쳐다보니 처제가 '언니 혼자 있을 때 전화 좀 줘'라고 보냈더군요.
와이프가 와서 처제한테 연락 왔다고, 전화 해보라고 하고 자리 피해줬습니다.
고양이 화장실 들고 나가서 모래 갈아주고 왔더니 아직 통화 중이길래 방으로 들어가 폰만지고 있었죠.
한참 있다 거실로 갔드니만 똥씹은 표정이 되서 처제가 150만원을 또 빌려달라했다더군요 ㅋㅋㅋ
처제가 1500만원을 갚을 계획은 정상적인 직장에 취직해서 3개월인가 다니면서 여기저기 돈 낼거 잘 내고 연체 기록이 없으면 저축은행에서엔가 심사해서 대출이 된답니다. 그럼 대출 받아서 갚는다는건데, 당장 돈 낼곳이 있는데 그거 못내서 연체되면 개출이 안되고 그럼 우리돈을 못 갚는답니다.
저한텐 이것도 협박으로 들리더군요 ㅎㅎ
결론만 말씀드리면 빌려줬습니다 시발 ㅋㅋㅋ
대신 집안 경제권을 저한테 다 넘긴다는 조건으로요.
신혼부터 경제권은 제가 자진해서 와이프에게 넘겼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것도 많고 갖고 싶은것도 많은 놈이라 제가 돈 들고 있으면 찔끔찔끔 다 써버릴거 같아서요.
돈 관리라는게 머리아픈 일이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넘겨 받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관리하기로 했네요.
제가 경험한 주변의 사업하거나 허세 덩어리의 인간들을 볼때 분명 더 빌려달라고 손 벌릴거라 생각합니다.
그땐 어찌헤야 할지 모르겠네요. 마음은 당연히 No지만.. 몸팔아야 한다는 식의 버르장머리 없는 저급한 협박에 다시 굴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정말 답답하고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