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님들 생각을 좀 묻고 싶습니다.
제가 몇 일 전 중고 노트북을 거래하다 사기를 당했는데요.
빡이 쳐서 녹취, 문자내역, 이체내역, 사이트 주소 바리바리 싸들고 경찰서에 신고 접수 시켰거든요.
그랬더니, 이 놈이 겁을 먹고 그 날 저녁 다시 환불을 해놨습니다.
여기까진 다른 놈들 사기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요.
문제는 이제까지 다른 놈들은 계속 배째라고 굴면서 제 성질을 긁다가 결국엔 골로 갔었는데, 이 놈은 다른 놈들관 좀 다르게 제가 빡쳐서 신고접수 시키기 직전 연락두절된 9시간을 제외하면 거래 하는 내내 지속적으로 먼저 저에게 전화연락을 해와서 변동상황이 생기면 보고하고, 시간을 넘기면 미안하다 사과하고, 제가 최후 통첩을 날린 이후 쫄았는지 어땠는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먼저 사기꾼이라 자백하고, 언제까지 입금해 놓을테니 제발 용서해 달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비록 제가 마지막 기회라고 준 시간을 넘겨 그냥 신고해 버렸지만, 그 날 저녁엔 알아서 환불해 놨고..
이런 걸 보면 뭐랄까..
원래 사기칠 놈이 아닌데 어쩌다 발을 잘못 디뎌 이렇게 한 건지, 아니면 단지 사기치는 데엔 아직 초짜라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애매하달까요?
어쨋든 하는 짓이 참 어리숙하게 보여 다른 때처럼 그리 큰 분노가 솟구치질 않는군요.
저는 한 번 '이 놈은 인간구실하긴 틀린 놈이다' 라는 판단이 들면 그 놈을 아예 적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쓰레기를 제거하듯 취급하는 경향을 많이 좀 보이긴 합니다만, 이게 사실 살면서 인간이란 것들에 대해 너무 많은 실망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원래 천성은 굉장히 눈물 많고 감동 잘 받는 다정한 타입이거든요. 못 믿으시겠지만..
그러니까, 사실은 연두부 같은 놈인데, 하도 세상풍파에 시달리다 보니 겉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 그런 상태인 거죠.
그래서, 이제까진 저한테 사기를 치다 걸린 놈은 제발 신고 취소해 달라고 사정 사정해도 봐주지 않고 끝까지 보내버렸었습니다. 합의도 없었죠. 그 깟 돈 안 받더라도 악종은 조져야 하는 것이라는 게 저의 정의니까요..
근데, 이 놈은..
이 놈이 다시 잘못을 뉘우쳤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건 어쨋건 제거해버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제 감성을 계속 자극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마음이 이전처럼 이 놈도 그냥 보내버리자는 쪽으로 움직이질 않아요.그래서, 지금 굉장히 고민스럽습니다.
제가 이런 유형의 사기꾼은 접해보질 못해서 이러나 싶어 이렇게 님들 생각을 들어보고 결정할까 합니다.
제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지, 이놈의 반응도 전형적인 사기꾼 반응 중 하나인가요?
아니면 이놈이 좀 특이한 놈인가요?
그리고, 님들이라면 이런 경우에 이 놈도 다른 놈처럼 예외없이 보내버리실까요?
아니면 아직은 개과천선할 여지가 있다고 믿고 엄중 경고 후 그냥 신고 취소 시켜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