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가진 몇가지 문제점을 살펴볼까 합니다. 요즘 안보상황이 좀 위태롭죠.
1.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에는 미국의 자동개입이 보장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그 어떤 미국의 동맹조약에도 자동개입은 적시돼 있지 않죠.
혹자는 주한미군이 일종의 인질 혹은 인계철선으로써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건 가능성일 뿐입니다.
6.26 전쟁 발발 당시에 한국에 주둔 중이던 미군은 본부의 명령을 받고 모두 퇴각 했었습니다. 미군의 철수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에 트루먼의 6.25 개입이 선포되면서 UN군(미군 주축)이 한국에 발을 디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뭅니다.
당시 트루먼은 한국에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지만 미국인들에겐 미치광이로 조롱 당하고 대통령 재선도 못했었습니다. 지금도 트루먼은 놀림감이죠.
로버트 게이츠(아들 부시 행정부) 전 국방장관은 연설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한국전 참전 같은 미친 짓은 두번 다시 없을 것입니다"
육사 혹은 국방대학에서의 연설이었다고 합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대통령은 법에 따라 자신이 파병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는데 트루먼의 전례가 있어서 의회에 판단을 넘길 가능성이 거의 100%입니다.
의회로 판단이 넘어가면 이때부턴 된다 안 된다 아무도 말 못하지요. 여론과 국익 모두 살펴야 하고 전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영속적인 조약, 하지만 영원하진 않은 동맹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 조약은 영속적이나 동맹은 영원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6조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후에 본 조약을 종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소위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류의 미국의 현실주의적인 외교정책은 미국의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에게서 그 원형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의 고별연설 중 일부입니다.
"무엇보다도, 일부 특정 국가들에 대해서는 항구적이고도 완고한 혐오감을 갖는 한편 또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정열적인 애착심을 갖는 태도를 배제하고 대신 모든 국가들에 대해서 공정하고도 우호적인 감정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국에 대해 습관적 증오나 혹은 습관적인 호의를 품는 국민은 자신들의 증오심이나 애착심의 노예이며, 어느 경우에나 그 같은 마음은 그 국민으로 하여금 그들의 의무와 이익으로부터 빗나가게 하는데 충분합니다. 한 나라의 한 타국에 대한 반목은 사소한 불의의 분규가 생겨도, 각국은 상대국을 모욕하고 상처를 주고, 사소한 불쾌원인을 악용하고 또 오만하고 고집불통이 되게 하기 쉽습니다.
이와 똑같이 한 나라의 다른 나라에 대한 정열적인 애착심도 각종 불행을 낳습니다. 좋아하는 나라에 대한 동정은 진정한 공동이익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상적인 공통이익의 환상을 갖기 쉽게 하고, 또 한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경의를 품게 함으로써, 전자로 하여금 적당한 오인이나 적당한 이유없이 후자의 분쟁과 전쟁에 공연히 관여케 합니다.
이것은 또한 좋아하는 국가에게 타국에게는 거부하고 있는 특권을 양도케 하는데, 그것은 양보하는 국가로 하여금 관계를 유지해야 할 나라와 불필요하게 헤어짐으로써, 또한 평등한 특권을 보류 당한 국가들의 시기, 악의 및 복수심을 자극함으로써 이중의 피해를 받기 쉽게 합니다."
미국은 일본과 찰떡 동맹을 맺고 있지만 불과 70년 전만 해도 핵을 떨어 트리고 진주만 습격하고 난리였던 사이죠. 그들이라고 감정이 없을 리는 없습니다.
국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접어 두는 것입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 우리 국회는 자동참전 조항을 넣어 달라고 미국에게 무던히도 졸랐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냉정하죠. 왜?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기 때문에 그런 조항은 넣을 수 없다고 딱 잘랐습니다.그래서 이 줄다리기 때문에 양국 국회의 조약 비준이 1년 넘게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