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처음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함께 시작된 것이 행위별 수가제도이다. 이는 수술과 같은 각각의 의료행위에 대해 국가가 그 가격을 미리 정해놓은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의료수가는 건강보험이 최초 시행된 이후 37년째 낮은 가격 정책으로 일관돼,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따라서 수익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의료행위 횟수를 증가시키거나 의료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일반수가를 개발해 목표하는 수익을 창출하게 되는 기형적 의료서비스 형태가 만들어지게 됐다.

진료수가의 적정성을 조사한 200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진료수가의 원가 보존율은 73.9%였다. 이것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100원의 비용이 소모된다면 이 중 74원을 의료기관이 받게 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현시점의 물가상승률에서 보면 이 수치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경제적 논리로 볼 때 당연히 의사는 이러한 의료보험 체계에 의존하는 진료 과목보다는 그 이외의 진료가 가능한 과목으로 몰리는 현상을 가져왔다.

의대생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 그 대표적인 진료과목이다. 또한 힘든 수술을 통한 수입보다는 MRI검사와 같이 의료기기나 검사장비를 통한 편한 수익에 눈길을 돌리기도 하고, 정책적 지원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덜 받는 과목으로 눈길을 주게 된다.
'정재영'이라고 알려진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가 그러한 예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계열에 대한 의사의 선호도가 많이 떨어지게 됐다.

2014년도 전국 88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하위 7개과 가운데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와 같은 전통적 수술과가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후에는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수술 수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필자의 전공은 신경외과이기 때문에 뇌수술 수가를 예로 들어보자. 머리를 다쳐 응급실로 환자가 도착한다. CT를 찍어보니 뇌출혈이 있다. 이때 두개골을 열고 뇌출혈을 제거하는 수술의 보험수가는 얼마가 될까?
2013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시 급성경막하출혈 개두술 비용은 71만 1660원이다. 이러한 수술을 위해서는 신경외과전문의를 포함한 의사 3명과 간호사 1명이 수술에 직접 참여한다. 또한 1명의 간호사가 이들을 돕기 위해 수술장 곁에 있다. 이렇게 의료인력 5명이 4~5시간을 한 수술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심지어 수술이 길어진다면 예닐곱 시간 또한 금방이다. 뇌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 1명을 만들기 위한 십몇년의 교육비용은 제외하고 단순히 5명의 기본 인건비만 고려한다고 해도 기본 급여를 충당하기 조차도 버겁다.
또한 수술비용에 포함돼 있는 많은 소모품 비용은 어떠한가? 다른 소모품을 다 무시하더라도 뇌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코트노이드 한가지만을 예로 들어 보자.
수술 중 최소 수십장에서 수백장을 사용해야 하는 코트노이드는 한 장에 천원이 넘는다. 더군다나 수술에 필요한 여러 기기들은 또 어떠한가? 개두술에 필요한 드릴, 현미경, 미세수술기구, 고추파지혈기, 신경감시장치 등 뇌수술을 위해 수술실 하나를 꾸미는데 필요한 필수 기기들만 합쳐도 수억원 이상이 든다. 수술수가만 보았을 땐 100% 마이너스이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요동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또 어떠한가? 이 모든 것들을 금전적 가치로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낮은 의료 수가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했던 특진제도 조차 수정, 폐지될 상황에 있는 지금, 당장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외과 계열의 수가를 좀 더 현실화시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어떨까?

미래를 꿈꾸는 의학도들의 손에 수술용 메스가 들리게 되는 것을 소망하는 것도 어찌 보면 왜곡된 의료서비스의 틀을 바로 잡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