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라는 영화, 지난번 섬마을 학부모 사건 때 사람들 입에 꽤 오르내렸던 영화입니다.
그 영화를 입에 담은 사람들은 섬마을의 폐쇄성에 주목했고,
영화는 폐쇄된 사회에서 약자가 처한 상황을 잔인하게 보여줬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사회의 무관심과 외면을 거론하더군요.
주인공도 친구한테 '너는 너무 불친절해'라고 말하구요.
우리사회도 그렇습니다. 여성들에게 너무 불친절하죠.
인터넷이란 사회의 여론은 이 사회의 여론처럼 남성들이 장악한지 오랩니다.
네이버나 다음의 댓글을 보면 남성이 화자인 댓글들이 대부분이죠.
남성이 화자인 댓글들은 하나같이 여성들에게 화살을 쏘아댑니다.
영화에서 그런 것처럼요.
영화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최악입니다.
남편한테 폭행을 당하고 시동생한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합니다.
그런데도 마을사람들(할머니들)은 주인공이 당하는 상황을 나몰라라 합니다.
재해가 덮쳐 남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섬에서 남자의 노동력은 섬사람들에게 복남보다 훨씬 유용하죠.
참다참다 복남은 그곳에서 탈출하려했지만 쫓아온 남편한테 붙들렸고 마을 사람들은 복남을 나무라고 남편 편을 듭니다.
자기 자식이 아닌데도 키워주는 남편이 어디 있느냐며.
그게 왜 내 잘못이냐고 복남은 말하죠.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딸을 낳았는데 사람들은 복남을 탓하죠, 그러는 자신과 딸을 거둬준 것만으로 남편을 고맙게 여기라고.
폭력과 억압과 학대와 굴욕으로 간신히 버티는 복남인데도 그 상황을 모두 복남의 잘못이라고 합니다.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은 것도 복남의 잘못이고 그러니 남편한테 맞아도 복남은 아무말 하지 말라고 하죠.
그 와중에 딸이 죽지만 사건은 흐지부지됩니다.
어느날 복남은 낫을 듭니다.
하늘이 참지 말라고 했어요.
한참 하늘을 쳐다보다가 복남이 할머니들한테 다가가 말을 하죠. 하늘이 참지 말라고 했어요.
낫을 휘두르는 복남에게 마을 할머니는 말하죠.
너하나만 죽지 다른 사람을 왜 죽였느냐!
너 하나만 참으면 된다. 너 하나만 희생하면 된다. 너 하나만 조용히 있으면 된다.
사회는 별 탈없이 돌아갈 것이다. 참으면 될 걸 왜 시끄럽게 하느냐. 왜 갈등을 조장하느냐.
요즘 여성혐오에 대처하는 여성들에게 하는 말이 그것이죠.
왜 시끄럽게 하느냐.
외국 영화제 관객들은 복남이 낫을 든 장면에서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단순한 호러물의 잔혹한 살인이 아닌 '전복'이기 때문이죠.
복남이 말합니다.
하늘이 참지 말라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