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직관이란게 있다라는 말 참 많이 하죠.
그런데 그 직관이란 것의 정체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는가요 ?
어떤 분야든 숙련된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작업해냅니다.
뭐 그 정도까지 안 가더라도 자전거를 두 손 놓고 타면서도 자유자재로 잘 돌아다니는 사람들 많죠.
[ 컴퓨터 ] 라는 단어를 발음하면서 혀는 이렇게 입술은 저렇게 호흡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일이 의식하면서 제어하는 사람 있나요 ?
처음부터 자전거 잘 타던 사람 없고, 처음부터 [ 컴퓨터 ] 란 발음할 수 있는 사람 없습니다. 배워야 하죠. 배우고 난 다음에는 의식하지 않고도 무의식적으로 동작할 수 있게 두뇌에 고정적인 뉴론 회로를 형성하게 되는겁니다.
바둑 기사의 경우 처음부터 척 보면 수가 보였을까요 ? 처음부터 단어 한 두개로 복잡한 수순을 떠올리고 머리속에서 굴려볼 수 있었을까요 ? 아니죠.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해도 처음엔 바둑에 대해 전혀 모르고 백지에서 훈련되기 시작해서 위에 말했듯 무의식의 세계안에서 단순/기본적인 작업들은 저절로 이뤄지게 두뇌의 뉴론이 회로를 형성한겁니다.
반상을 딱 보기만 해도 이런 이런 수순은 안 되고 저런 것은 되고 이거 저절로 머리속에서 계산이 이뤄지죠. 이거 안 되는 사람은 프로 기사까지 올라오지도 못 했겠고요. 이 분들은 그냥 [ 직관 ] 에 의해 저절로 수가 보인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머리속에서 무의식중에 수많은 [ 경우의 수 ] 들이 검토되고 가지치기하고 그 중 의미있는 것들만 의식의 세계로 정보가 전달되는 것입니다.
운전 오래 한 사람들은 운전하면서 거리 상황에 대해 거의 신경 안 쓰고도 그냥 잘 다닙니다. 거리 상황에 대한 파악하는 두뇌의 기능이 이미 오래전에 무의식의 세계에서 처리되니 그런 것이죠. 그러다가도 돌발 상황되면 그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가 경보 신호가 날아옵니다.
인간이 말하는 [ 직관 ] 이란 것은 [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세계에서 처리된 결과가 의식의 세계로 넘어오는 것 ] 에 지나지 않습니다.
훈련이 되어야 직관이 생기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죠. 훈련되어 있든 아니든 두뇌가 처리해야 하는 것이 변할 것도 없습니다. 단지 변하는 것은 무의식, 의식 어느 쪽에서 처리되느냐죠.
바둑 두면서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 인간의 두뇌는 엄청난 경우의 수들을 이미 처리하고 있습니다.
경우의 수 처리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짠 하고 결론 나오는게 직관이다 ? 바둑 기사들이 무슨 점쟁이들인가요 ? 그것도 엄청나게 적중률 높은 점쟁이 ?
알파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망, 가치망으로 반상의 돌들과 놓여질 돌들의 가치들을 평가하는 것은 인간의 두뇌의 뉴론과 비슷한 신경망 소프트웨어에 의해서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기보를 외워서 하는게 아닙니다. 16 만건이니 뭐니 하는 기보가 필요한 것은 신경망을 훈련시키는데 필요한 것이고, 그걸 저장하는 것이 아니죠. 이건 바둑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기보, 정석들을 열심히 보면서 공부하면 무의식의 세계에서 정책,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뉴론 회로 형성이 이뤄집니다. 제대로 공부하면 그거 일일이 기억해내고 적용해보는게 아니라 그냥 척 보면 척 바로 나오고 평가할 수 있죠. 알파고의 신경망, 가치망은 바로 이와 거의 똑 같이 동작합니다.
기보 16 만건을 외우거나 저장하는게 아니라 그런 다량의 데이타를 다루면서 신경망 회로를 형성시키는거죠.
현재 반상에 놓인 돌들을 정책, 가치망으로 판단하고 가능한 경우의 수들을 가지치기해서 남는 상대적으로 소량인 경우의 수들만 검토하게 됩니다. 바둑 기사들이 하는 두뇌 작용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훈련된 기사들은 이 고도의 두뇌작업의 상당수가 무의식의 세계에서 이뤄지니 [ 직관 ] 이 생긴 것으로 혼동하고 있을 뿐이죠.
바둑 한 판 두면 왜 그리 체력 소모할까요 ? 왜 나이들면 기력이 떨어질까요 ?
오리가 수면 밑에서 열심히 물갈퀴질하듯이, 바둑 두면서 두뇌가 무의식의 세계 안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고가 무의식에서 이뤄질때와 의식에서 이뤄질때는 엄청난 효율 차이가 있습니다.
의식의 세계에서는 [ 언어 ] 를 통해 사고가 이뤄져야 합니다. 속으로 이러면 저러면 그러면서 수순 밟아야죠.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그런 중간단계없이 이뤄집니다. 매우 빠르게 처리하죠.
의식의 세계에서는 경우의 수 하나 검토할 동안 무의식에서는 100 개 이런 식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