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없고 풀과 웅덩이만 있는 DMZ 사진을 보면서도 그게 60년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보존된 자연환경이라고 믿는 걸 보니 선입견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한반도 중부지방의 기후조건에서는 장기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경우 사바나 초원이 형성되는게 아니라 숲이 형성되는게 정상입니다. 한반도 어디에서도 자연적으로는 사바나 지대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에 풀만 무성하고 어린 나무 몇 그루만 듬성듬성하다? 그건 사람 손을 탔기 때문입니다.
2000년까지 한국과 북한은 적의 침투를 막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가을마다 서부전선에서 불을 질렀습니다. 이걸 화공작전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2001년부터 화공작전을 자제하자고 합의해서 지금은 어린 나무가 풀밭 사이에 듬성듬성 보이는 거구요. 사람 손을 안타기는 커녕 해마다 연례행사로 불을 질러댄게 DMZ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들어가진 않았으니 산양 등 특이한 동식물들도 좀 있고, 독수리 같은 철새들의 이동시 중간기착지로도 이용되기도 하고 역사적인 의미도 있으니 DMZ 자체를 보존해야 된다고는 생각하는데, DMZ의 자연환경에 대해 지나친 환상은 갖지 않았으면 합니다. 구간에 따라서는 지구상 그 어느 곳보다도 심각하게 훼손된 게 DMZ입니다. 화전도 아니고 매년 불지르는 땅이 몇 군데나 될까요.
아래의 기사를 보면 2001년 이후에도 DMZ에서의 방화는 완전히 중지된게 아닙니다.
좀 줄어들었다 뿐이지.
그동안 남북한군 양측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시야 확보나 산불 확산 방지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비무장지대 내에서 불을 질렀던 「화공작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남북한은 DMZ의 세계적인 천연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앞으로는 매우 긴박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공작전」을 하지 않기로 지난 8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5차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국방부가 9일 밝혔다. http://nk.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