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의 사전적인 의미다. 요새는 신파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그게 언제나 손가락질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신파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다수의 관객이 있을 테고, 그들의 공감대는 흥행으로 이어진다. 신파도 잘만 하면 보는 이나 만드는 이에게 모두 득(得)이다. 문제는 신파가 관객에게 의도한 감정을 전달하지 못할 때다. 27일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의 신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관객에게도, 만든 이에게도 실(失)이 될 것 같다.
특히 북한군은 90년대 이전까지 국민학생들이 배운 대로 '뿔 달린 괴물'처럼 극단적으로 묘사된다. 'JSA 공동경비구역' '웰컴투 동막골' '고지전'처럼 국군과 북한군의 관계를 선악(善惡)으로만 그려내지 않은 영화들이 이미 수년 전 나온 것을 감안하면, 이는 퇴보에 가깝다.
장학수와 부대원들의 고뇌는 바로 가족이다. 신파가 큰 힘을 발휘할 뻔 한 지점이다.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러 가기 전, 어머니를 먼발치에서 지켜보거나 갓 태어난 아들을 안아주는 장면, 도련님과 머슴 관계였던 부대원 두 명이 북한군에게 잡혀 처형당하기 직전에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장면은 감동을 주기 위해 기계적으로 넣은 것 같은 인상이 더 강하다.
관객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만든 것 같은 장면임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게 된다. 영화 내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촘촘하게 쌓아올리지 않았으니, 신파를 위한 장면이 아무도 울리지를 못하게 된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은 170억원을 들여 만든 여름 성수기 블록버스터다. 영화에서 재미와 감동보다 의도와 의미를 먼저 찾는 관객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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