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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23 18:39
내가 가진 난치병.
 글쓴이 : 해충감별신
조회 : 554  

오늘 우연히 타사이트에서 게시물을 보다가 잊고 지내던 병명이 생각이 났네요.

'강직성 척추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고 하죠.

아직까지 대략적으로 어떤 유전인자가 관여한다는 추정은 있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 같은 것은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남성이며 보통 10대~30대에 발병하게 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뼈가 석화되는 병입니다.

발병은 주로 발이나 허리, 골반, 팔꿈치 같은 관절 부위에서 시작이 되고,

일단, 발병을 하면 뼈가 점차 굳어서 활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그리고 신체의 이곳저곳으로 전이가 되기 시작하죠.

그래서 진행이 오래된 환자들은 대부분 제대로 거동을 못 합니다.

주로 척추가 굳어서 척추를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갈비뼈까지 전이가 되면 그 때 부터는 갈비뼈가 굳기 시작해서,

종국에서는 숨을 못 쉬어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눈으로 가면 실명의 확률이 높고 등등..

굉장히 무서운 병입니다.

그런데 이게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진행을 느리게 만드는 정도의 약물치료 밖에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건희 회장이 바로 강직성 척추염 환자라고 하죠.



암튼.

저도 처음 발병했을 때는 도무지 병명을 알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오른쪽 발등이 붓기 시작하더니 이내 신발이나 양말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붓더군요.

정형외과를 가봤는데 딱히 병명을 알지 못하고 족저근막염을 의심하더군요.

여기저기 알아보니 유명한 족부정형외과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거기서 처음에 다른 병명을 생각하고 처방을 내렸는데 전혀 차도가 없으니,

담당 의사가 자기가 의심가는 병이 있으니 검사를 한번 받아 보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검사를 받았더니 아무래도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된다면서,

자기 의대 시절 은사가 그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권위자 중에 한 명이라면서 소개장을 써주더군요.


그리고 바로 한양대 류마티스 병원을 예약했습니다.

3개월 정도를 기다려서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죠.

가자마자 바로 검사를 권유하시더군요.

MRI도 찍고 이런저런 검사들을 죄다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강직성 척추염' 확진 판정을 받았죠.

설마설마 하며 여기저기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굉장히 무서운 병이라는 것 이었는데,

바로 그 병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이지요.

정말 당황스러웠었죠.



그리고 두달 정도 주기로 병원 방문을 했습니다.

그 때 마다, 담당 주치의께서는 관절의 활동성을 체크하시더군요.

수영을 추천하고 스트레칭을 추천하고 술담배를 끊을 것을 권유하시더군요.

그래서 담배는 못 끊고 처음 몇 달간은 술을 끊고,

스트레칭은 매일은 아니어도 꾸준히 몇 달간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다리 붓기도 빠지고 당장 일상에서 불편하던 것들이 사라지자,

술도 다시 마시기 시작하고 스트레칭도 끊었죠.


정확히 약을 복용하는 것을 빼고는 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다행이 더 이상 진행이 없더군요.

그렇게 2년 좀 넘게 병원을 다녔습니다.

어느 날, 주치의께서 저 보고 약을 좀 줄여 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반년 정도 약을 줄이고 나니 이번에는 아예 끊어 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저에게 하신 말씀이,

" 내가 의사생활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요.

  만약 동의하시면 저 연구에 도움을 좀 주셨으면 합니다. "

그 뒤로 반년 주기로 병원에 잠깐 방문하는 것 제외하고는 약 복용도 안하고 일상과 똑같이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을 오면서 아예 병원에는 발길을 끊었구요.


벌써 그 병이 발병한 지 7~8년 정도 되었네요.

아직까지는 뼈가 굳거나 해서 움직임에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일상 생활에 지장을 느끼는 것도 전혀 없구요.

아예 그 병 자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랄까...내가 그런 병이 있었나 싶을 정도 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 이겠지요.

그렇게 내가 환자란 것을 잊고 살다가,

오늘 우연히 인터넷에서 관련 글을 보면서 그 생각이 떠올랐네요.

아 맞다..나 난치병 환자지? 하고.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해충은 박멸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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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16-12-23 18:57
   
오.. 평소 덕 좀 쌓으셨나 봅니다 ㅎㅎㅎ
농담이고요. 아무튼 참 다행한 일입니다.
윤리방정식 16-12-23 19:40
   
다행이네요. 그래도 건강관리 잘하세요.
레종프렌치 16-12-23 22:19
   
그래도 방심말고 정기적으로 검진받으시길..

그렇게 좋아졌겠거니하고 방심하다가 다시 재발해서 병원가보니 자기도 느끼지 못하는 새에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것...그게 병의 속성인 듯.......부디 정기검진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