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베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오팡이다. 비싼 땅값을 건디다 못한 청년들은 아파트를 쪼개다 못해 베란다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고 그 안에 산다.
“2014년 1분기 타이베이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 4분기에 비해 91.6% 상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면 같은 시기 대만의 가계 소득은 고작 연평균 0.63% 증가했다. 대학졸업자 초임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대만 행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4년제 대학 졸업자 초임은 월 25,000TWD(한화 약 100만원)으로 2011년 25,000TWD, 2012·13년 26,000TWD와 비교해 똑같거나 후퇴했다. 일자리가 많은 타이베이 중심가는 원룸 방값이 20,000TWD에 육박해, 월급을 고스란히 월세로 내는 사람도 있다.
비정상적인 소득과 집값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소득대비 집값 지수(PIR)다. 타이베이의 PIR은 16.0인데, 이는 소득 중간층(소득을 5구간을 나눴을 때 3분위 구간의 연평균 소득)이 중간대 주택(집값을 5구간으로 나눴을 때 3분위 구간의 평균값)을 사려면 16년 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유엔 인권정주위원회가 권고하는 적정 PIR은 3.0~5.0이다. 2014년 서울의 PIR은 8.4였다.
원룸 월세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청년들에게 등장한 대안이 '타오팡'이다. 타오팡은 하숙과 원룸 사이의 독특한 주거 방식으로, 보통 평수의 아파트 한 채를 여러 개로 쪼개서 방마다 한 사람씩 거주하는 형태다. 개인 욕실 유무는 타오팡 가격에 따라 다르고 주방은 공용이다. 대만동오대학교에 다니는 란이우 씨(23)도 학교 근처 타오팡에 살고 있다. 란이우 씨가 사는 아파트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는 큰 타오팡 1개, 왼쪽에는 작은 타오팡 2개가 있다. 큰 타오팡에 집주인이 살고 작은 타오팡에 각각 대학생 1명씩 산다. 타오팡으로 들어가는 문은 판자로 만들어진 대문으로, 아파트 안에 있는 일반 방이 아니라 완전히 개별적인 진짜 집이다. 그는 “호텔 방들처럼 완전히 분리됐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집주인에게 매달 1일에 월세를 내는데 그날이 아니면 주인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고 같이 사는 다른 대학생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란이우 씨와 다른 학생이 사는 방은 4.5평으로 침대가 방 전체 크기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좁다. 주인이 사는 방은 그보다 약간 넓은 10평 수준이다.
아파트를 쪼개기 위해선 최대한 넓은 평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불법 증축이 아주 흔하다. 타이베이 아파트를 보면, 베란다가 있을 곳에 컨테이너 박스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건물 밖으로 박스가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란이우 씨는 이 박스들 95% 이상이 타오팡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