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우리에게 최선의 건축재료는 나무 흙 기와 돌 정도였고
그 재료에서 최선을 다해서 삶의 지혜와 또 주변자연과의 관계 또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철학을 담은 것이라고 봐야겠죠.
길게 처마를 만들어서 여름 햇빛이 바로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서 그 앞마당은 백토를 깔아서 반사되어서 들어오는 빛을 충분히 담아둘 수 있게 하고...
굴뚝의 낮은 부분을 뚫어놓거나 아래로 향하게 해서 저녁에 밥지을때 그 연기가 자연스럽게 마당 및 집 주변에 깔리게 해서 해충으로 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집터 옆에 볼품없는 나무가 있다고 해도 그 나무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작은 창을 만들어내어서 그것마저도 운치로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하며
자신의 집터의 한켠을 길을 지나는 나그네나 동네주민들이 잠시 앉아서 쉬어갈 수 있게 내주는 씀씀이까지..
가끔 한옥이 화두가 되면 종종 저 지붕은 저 벽은 저 형태는 ... 하면서 진품명품 가리듯이 어떤 틀에 넣으려고 하는데...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어서 좀 아쉽습니다.
꼭 벽에 맥질해야 혹은 쪽구들이 있어야 한옥일까요?
시골 논 앞에 놓여있던 허술해보이던 오두막은 한옥이라고는 할 수 없을까요?
어느정도 전통적인 형태는 가져가야 하고 그와중에 우리의 색깔을 지켜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옥은 이러 이러해야만 해... 라는 생각보다는 이런 저런 지혜와 해학이 있는 우리 한옥인데 이 집은 이런 부분에서 어떤 점은 잘 살린 거 같아... 저 집은 또 이런 점은 없어 보이지만 저런 점은 잘 살린 거 같은데? ... 같은 좀더 열리고 갇히지 않은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맥질이 예쁘게 되고... 좋은 나무로 잘 지은 처마가 멋스러운 집들도 좋지만
재료는 현대식으로 하더라도 우리가 가졌던 기본적인 삶에 대한 철학과 이웃과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잘 살리는 것도 한옥의 한 형태로 받아들일때 한옥이라는 것이 좀더 생명력을 가지고 좀더 성장가능성을 높게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너무 과열되시진 않으실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