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유엔군 천하 밤은 중공군 천하.
육이오 당시 회자되었던 말인데 몇년전 방영했던 전우라는 드라마 보신분들 계실겁니다.
첫회에 나온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죠. 참호에서 혹시나 떼거지로 기어올 중공군을 기다리는
국군의 귀에 음산하고 묘한 가락의 피리소리가 들려오죠.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는 공포심을 극대화 하고
피리소리가 끊기면 곧 격렬한 꽹과리 소리와 함께 엄청난 인원의 중공군이 돌격을 해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대개는 공황상태로 후퇴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 북방을 지키던 유엔군 산하 프랑스군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요.
참호 전방의 어둠속에서 특유의 구슬픈 피리소리가 들려오자 프랑스 병사들도
공포감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부대의 대대장은 희대의 반격을 가하죠.
영내에 있던 스피커로 전방에다 귀가 찢어질듯한 사이렌을 울리라고 명령합니다.
피리소리 뒤에 숨어 돌격을 준비하고 있던 중공군들은 갑작스런 소음에 놀라
어리둥절 한채로 대오가 흐트러 지고 있는데
이 용감한 프랑스 지휘관은 전 인원에게 착검지시를 하고 어둠속의 전방을 향해 돌격 명령을 합니다.
이 모습에 역으로 혼비백산한 중공군은 총한방 제대로 쏴보지도 못하고 뒤로 돌격을 감행하죠.
이미 대오가 흐트러진 군대에겐 지휘관의 명령도 소용없는지라 중공군은 대패를 당하고 맙니다.
2차대전 당시 초창기 일본군의 위세에 눌려 미군병사들이 갖고있던 공포심이 실전에서 부딫혀 보고
깨끗이 사라졌듯이 중공군에 대한 유엔군의 공포심도 이런일을 경험하면서 차츰 없어져 갔다고 하네요.
암튼 중공군의 손에서 서울을 지켜낸것은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을 털린채 휴전이 되었으면
남한이 사실상 구심점이나 정통성에서 밀리고 체제경쟁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었을듯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