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야기입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아주 가난한 지역에서 보냈습니다.
방금 구글뷰로 보니, 이제는 많이 발전되서 깨끗한 동네가 되었네요.
벌써 22년이 흘렀으니까요.
그런데 중1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강남에서 나름 잘산다는 자부심이 엄청 강한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대청중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요즘에야 안 그렇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상한 졸부근성 가진 사람들이 좀 있었죠.
그때는 왕따라는 말은 없었고, (98, 99년쯤 나온 말로 기억합니다.)
간간히 이지메라는 일본 말이 막 쓰이기는 했었는데,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있기는 있었죠.
괜히 제가 전학가서,
못사는 동네에서 왔다는 이유로,
왕따 당할까봐 걱정 엄청 했던 기억이 나네요.
꿀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백화점 가서 비싼 닉스, 게스같은 옷들 잔뜩 샀던 기억도 나네요.
다행히 왕따는 안 당했는데,
조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가 중1때 같은 반이었죠.
그런데 제 기억으로 체육복 갈아입을 때였는데,
'(한국) 근대화는 솔직히 일본이 시켜준 거 아니냐?'
이런 소리를 했는데, 요즘에야 인터넷에서 일뽕들이 하도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해서 면역이 되었지만,
당시 저로서는 엄청난 충격적인 매국노 발언이었습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었죠.
저런 소리하고 다니면 천벌받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90년대는 지금과 많이 달랐죠.
그때는 일본 문화도 개방되지 않았는데,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일본 가수들 이야기를 항상 하고,
당시 한국에 케이블 TV가 생겼는데, '그거 일본에서 재미없어서 망했어.'
건전지에 적혀 있는 일본어를 자기가 읽을 줄 안다고 자랑을 해대는둥,
아무튼 뭔가 많이 이상한 애였죠.
아무튼 그보다도 너무 성격이 재수없어서,
어느 순간 왕따가 되버리더구요.
저같은 애들이야 가만 있는데,
일진, 당시에는 일진이라는 말은 없었고, (이것도 99년 만화에서 일진회라는 것이 나오면서 등장했고, 대중적으로 퍼진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라고 생각되네요.)
양아치, 날라리라는 말을 썼는데, 아무튼 노는 애들에게는 구타도 당하고 그랬죠.
하도 재수없으니까.
별명도 쪽바리가 되었고요.
지금 글쓰면서 생각해보면, 한국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저는 94년 중1, 95년 중 2, 96년 중3이었죠.
3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그 쪽바리는 계속 왕따였고,
어떤 애가 롯데월드갔다가 쪽바리를 우연히 만났는데,
아버지가 일본 사람인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뭐 현지처라는 등, 그런 소문이 퍼졌는데, 그건 모르겠고요.
아무튼 아버지가 일본 사람이었던 확실했던 것이...
중3이 되니까, 다른 친구가 전학을 왔는데, 얘는 7살때 미국에 갔다가 16살때 귀국했으니, 완전 교포처럼 생겼었고, 한국말이 상당히 부족했습니다. 의사소통은 되는데,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건 힘들어했죠.
당연히 공부를 잘 못했죠. 언어가 안 되니까요.
그러다가 96년도에는 고입선발고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대학들어가기 위해 수능 보듯이 ,
고등학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봐야 했죠. 잘 봐서 0~1개 틀리면 과학고, 외국어고 가고,
지금 잘 기억이 안나는데, 200점 만점에 70점인가? 그 미만이면 인문계 고등학교에 못 가게 됩니다.
재수해야하죠. 아니면 빨리 결정해서 공고나 상고 등으로 진학해야 했는데,
대청중 근처에 수도공고라는 아주 멋있는 학교가 있었는데, 몇몇 학생들이 거기 진학하려다가 인터뷰에서 엄청 까다로워서 탈락하고 그냥 인문계 갔던 일도 기억나네요.
거기서 떨어진 애들은
공고 떨어졌다고 애들이 막 놀린 기억도 나네요.
그런데 그 선발고사를 보던 날,
앞서 말한 쪽바리하고, 또 터키에서 살다와서 별명이 '터키'인 애가 있었거든요.
쪽바리랑 터키가 선발고사를 안 보는 겁니다.
물어보니까, 쟤들은 외국에서 살다(?)와서 안 봐도 된다네요???
안 봐도 저절로 진학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어린 저로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죠. 쪽바리랑 터키는 우리말이 100% 완벽했거든요.
오히려 위에 말한 미국에서 오래 살다온 친구가 혜택을 받아야 할 거 같은데, 그 교포 친구는 정식으로 시험을 정말 어렵게 준비했고,
왜 한국어에 전혀 문제가 없는 쪽바리와 터키는 시험없이 진학이 가능한지?
당시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그들은 한국시민권자가 아니라,
해당 국가에 시민권이 있었던 거 같네요.
즉 외국인이었죠.
그리고 미국교포 친구는 아마도 미국 시민권이 없고, 한국시민인 상태에서 다만 미국에서 오래 살다와서
언어만 어눌할 뿐, 국적으로 따지면 순수한 한국인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쪽바리는 별명만 쪽바리가 아니라, 정말 아버지가 일본인이었고, 국적도 일본이 맞았던 거 같습니다.
행동거지는 완전 한국인이었지만,
어쩌다 그리 된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어그로들 볼때마다 자꾸 그 친구가 생각나네요. 벌써 21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살고 있을지, ㅎㅎ
아직도 어그로질 하면서 살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