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환자들을 정직하게 대해왔다. 그래서 환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년간 개원하면서 쌓아 온 자부심이 다 무너졌다."
동아제약으로부터 동영상 강의를 빙자해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91명의 의사가 22일 최후변론을 하기 위해 피고석에 섰다.
변론에 나선 H의사는 최후변론을 이어가다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40대 여성 개원의로 지역에서 많은 존경을 받았다는 그녀는 피고석에 있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은 듯 보였다.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법조인이셨다. 평생 고지식하게 사셨고 자식들한테도 늘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아버님을 뵐 면목이 없다."
H의사의 진술에 이어 피고석에 선 40대 가장 K의사 역시 눈물을 글썽였다.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고 그 말을 믿었다. 동아제약의 말을 믿은 것이 죄라면 죄다. 아직 아이들에게 기소됐다는 말을 못했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기소됐다는 것을 안다면..." 그는 끝내 최후변론을 마치지 못했다.
C의사는 여전히 남아있는 분한 감정을 삭히지 못했다. "법적 처벌을 떠나 동영상 강의료가 리베이트였다는 사실을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만든 강의컨텐츠는 나의 노하우가 담긴 저작물로 자부심을 느낀다. 만일 동영상 강의료가 리베이트였다면 내가 만든 저작물은 뭐란 말인가? 절대 리베이트로 인정할 수 없다. 내 자부심이 무너지는 거다."
또 다른 K의사는 "동아제약이 유수의 로펌에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해서 믿었다. 그래서 세금도 내고 쌍벌제 시행 등으로 예민한 시기에 내 명의통장으로 강의료도 받았다. 강의료가 리베이트가 될 것이라고는 의심하지 못했다. 의심하지 않은 것이 죄라면 달게 받겠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고 동아제약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S의사는 "난 떳떳하다. 동영상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혼자 거울 앞에서 리허설도 하고 촬영분이 맘에 안들어 재촬영 요청까지 했다. 리베이트인줄 알고 받았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L의사는 "동아제약이 밉다. 나도 모르게 동아제약이 뒤로 이런 검은 거래를 할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평생 부끄러운 일 하지 않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Y의사는 "제약사가 의뢰하는 PMS도 하지 않았던 나지만 강의라는 말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런 내가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공모자가 됐다. 평생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가족들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N의사 역시 "이번 사건으로 조사를 받다 동아제약이 법률자문을 구했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인생에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다시 평범한 의사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송형복 재판장은 최후변론에 앞서 "최후변론은 재판에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작용하지 않는다"며 "하고 싶은 피고는 최후변론을 하고 할말이 없는 피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소된 91명 중 출석한 16명은 전원 최후변론을 했다.
동영상 강의료를 빙자해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기소된 91명의 1심 재판은 2015년 1월 26일 유죄여부가 선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