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앞장서서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다 주네요.
중동에 의료한류? …
한국 떠나고 싶어하는 젊은 의사들 안보이나
UAE 한국 의료인 면허인정 추진에 해외취업 관심…의료인 해외유출로 ‘의료 공백’ 우려
[라포르시안]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서 한국 의료인의 면허 인정이 더 나은 조건으로 승격될 것이라고 한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부다비보건청이 한국 의료인의 면허 인정을 'Tier2'에서 'Tier1'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의사면허는 지난 2011년 'Tier2'로 등재된 이래 3년 만에 'Tier1'으로 승격되는 것으로,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 사례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Tier 1 국가로 인정될 경우 한국 의료인이 해외에서 공식적으로 면허를 인정받게 되는 첫 사례로, 현지 진출하는 의료인에 대한 대우도 향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아부다비보건청이 외국 의사면허에 대해 Tier 1 국가로 인정한 곳은 미국, 오스트리아, 호주, 뉴질랜드,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스웨덴, 영국 등이다.
복지부는 "지난 3년간 정부의 지속적인 협상의 결과이며 한국 의료기술과 의료인에 대한 우수성이 대외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점과 향후 다른 중동국가 등으로 한국의료인 면허 인정 확산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의사의 해외진출 길이 넓어지는 것이 과연 국내 의료시스템이 긍정적인 영향만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들어 국내 개원환경이 척박해지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의료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우수한 국내 의사들의 해외진출 러시로 의료공백마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의사 중에는 해외 취업에 눈을 돌린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이 UAE 왕립병원인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 위탁 운영을 맡아 현지에 파견할 의료진을 모집하자 적지 않은 의사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1,420명 규모의 현지 병원 인력 중 의료인력 200여명을 국내에서 선발해 파견할 예정이다.
현지 파견인력에 대해 국내보다 더 높은 연봉과 복지혜택 등이 알려지면서 의료진들 사이에서 관심을 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 노조는 "칼리파병원 운영을 위해 서울대병원의 숙련 의료인력의 대규모 유출이 불가피해 대체 의료인력 충원 등 면밀한 준비를 하지 않을 경우 서울대병원의 의료공백 및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병원도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내 의료인력의 해외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UAE의 민간보건의료서비스 지주회사인 VPS사와 현지에서 건강검진센터 건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서울성모병원은 연내에 아부다비에 1곳을, 오는 2016년까지 두바이에 1곳 등 모두 2곳의 검진센터를 세울 예정이며, 여기에 20명 이상의 의료진을 파견할 계획이다.
대형병원 외에도 보바스기념병원과 우리들병원 등의 전문병원도 현지 의료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 지난 3월 10일 의사협회 주도의 집단휴진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의협회관 건물에 모인 젊은 의사들. 개원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병원 일자리도 점점 줄고이런 상황에서 향후 아부다비를 계기로 다른 중동국가 등으로 한국의료인 면허 인정이 확산되면 현지 취업을 희망하는 의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Tier1으로 승격시 현지에 진출하는 의료인의 대우도 향상될 것으로 보여 국내 의료환경에 염증을 느낀 젊은 연령대의 의료인에게는 일종의 탈출구로 여겨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의료시장은 과포화 상태에 개원시장으로 신규 진입 장벽도 높아지고, 개원하더라도 의료진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의료수가 등으로 병원 운영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의대 6년을 마치고 다시 인턴과 레지던트 5년 과정을 마쳐 전문의 자격을 얻은 30대 초중반의 의사들에게 의료환경은 거의 정글과 비슷한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연령별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8~2012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 건수는 매년 1,500~1,600여곳에 달하며 이 중에서 30~40대 원장(대표자)이 근무하는 동네의원의 폐업 건수는 전체 폐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2년 기준으로 30대와 40대가 대표자로 있는 의원의 폐업건수는 각각 256곳(15.8%), 604곳(37.2%)를 기록했다.
개원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진입 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초기에 투자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면서 막대한 은행대출을 끼고 개원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 부담은 높아만 간다.
그러다보니 30~40대 젊은 개원의 중에서 경영에 실패하고 문을 닫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 취업시장이라고 녹록한 것도 아니다.
개원이 힘들어지면서 봉직의사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신규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가 발간한 '전국회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의원과 병원, 대학병원 등에 봉직하는 의사 비율은 33.5%로, 처음으로 개원의(32.9%)를 앞질렀다.
문제는 지방 중소병원은 물론 대형병원들도 지난 수년간 몸집 부풀리기를 펼쳐오다 이제는 성장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신규인력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선택진료제도 축소·폐지와 상급병실 축소, 각종 검사 급여화가 속속 이뤄지면서 비급여 수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대형병원들이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신규인력 채용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 채용기회가 줄면서 중소병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 곳도 만만치가 않다.
특정 인기과를 제외하고 중소병원에서도 요즘은 의사 채용공고를 내면 예상외로 많은 지원자가 몰려 경졍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안과전문 채용공고를 낸 수도권의 한 중소병원은 예상외로 많은 지원자가 몰려 인사담당자가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해외취업에 눈을 돌리는 의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취업이민 전문 알선업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의 미국 취업이민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병원 신증설도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앞으로 의사 수요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취업에 눈을 돌리는 의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이 해외취업으로 빠져나간다고 당장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을 앞세워 병원의 영리화와 의사들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각종 의료정책이 쏟아지면서 국내 의료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는 의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가 '의료 한류' 붐을 조성하겠다면서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면서 우수한 의료인력이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더욱 넓혀주고 있다.
한 개원의사는 "외국 병원에 취업하는 일이 쉽지도 않거니와 취업하더라도 언어 문제 등으로 정착하기가 힘들지만 많은 의사들이 해외취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실제로는 의료서비스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면서 병원을 돈벌이로 내몰고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어 해외취업을 모색하는 의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