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은 화폐 가치가 고평가되는 경향이 컸습니다. 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이 몇 배 차이나는 것은 예사였죠. 독일 통일 직전 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한다면 동독 마르크는 서독 마르크에 비해 1/10 의 가치. ( https://namu.wiki/w/%EB%8F%99%EB%8F%85%20%EB%A7%88%EB%A5%B4%ED%81%AC 참고 )
그런데 당시 통일 무드에 취한 서독 정치가들은 동독 마르크를 서독 마르크와 1:1 교환해주는 대삽질을 단행했고, 동독인들은 온 가족 다 동원해서 서독 마르크로 환전하느라 바빴습니다. 물론 통일에 대한 동독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였겠고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 간단히 말하면 한국의 환율이 달러당 1100 원에서 졸지에 110 원이 된 꼴입니다. 동독 기업들은 수출이 될리가 없죠. 안 그래도 공산권 특유의 상품성 부족에다 환율까지 그 모양이 된거니까요.
가만 보면 북한의 화폐 개혁과도 좀 닮았습니다. ( https://namu.wiki/w/%EB%B6%81%ED%95%9C%EC%9D%98%20%ED%99%94%ED%8F%90%EA%B0%9C%ED%98%81 참고 ) 인위적으로 화페 가치를 올려놓으니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요.
동독 기업들은 하루 아침에 경쟁력을 상실해서 다 망해나갔습니다. 노동자들 역시 처음에는 졸지에 10 배로 상승한 돈 벼락을 맞고 기뻤지만 곧 실업자 신세. 여기에 또 한 술 더 떠서 서독의 복지제도를 동독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무리수까지 뒀죠. 엄청난 실업수당의 지출.
화폐 가치를 시장 환율 기준으로 평가했다면, 동독 기업들도 계속 굴러갔을 것이고, 노동자들도 대규모 실직하지 않았을 것이며, 서독 정부가 엄청난 실업수당을 지출할 일도 없었겠죠.
이거 통일 관련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아는 사항입니다. 한반도 통일되도 초기 얼마간은 경제권을 남/북 각각 어느 정도 분리시킬 필요가 있는거죠.
재미있는 것은 현재 북한 원화의 시장 환율은 한국 원화에 비해 1/7 입니다. 만약 한국이 서독식으로 화폐 1:1 교환 같은 대삽질을 한다면 과거 독일 통일과 비슷한 부작용을 겪을 것이란 말도 되고요.
다행히도 통일 지상 주의자들의 입지가 날로 약화되고 있으니, 뻔히 보이는 부작용 감수하자는 미친 정치가는 나오기 힘들 것이란 점.
통일 반대론자들은 이 독일 통일의 사례를 얼마나 욹어먹을 것인지 참.. 하기야 정작 독일인 자신들도 하도 오래전 일이라 그런가 부작용이 있는 것만 알고 그 원인에 대해선 잘 모르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