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에로이카>가 교향곡의 역사에 혁명을 가져왔다면 모차르트의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의 혁명이라 할 만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곡을 ‘모차르트의 에로이카’라 부르기도 한다. 1악장 시작 부분, 오케스트라가 팡파레를 연주하면 독주 피아노가 화답한다. 곡 첫머리에 독주 악기가 등장하는 것은 협주곡 역사상 이 곡이 최초다. 이러한 대담한 출발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G장조와 5번 <황제>에서야 다시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평등하게 대화하며 발전하는 협주곡의 낭만적 이상형이 바로 이 곡에서 출발했다.
1악장 알레그로 첫 주제는 천국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듯 생기있고 아름답다. 링크 1분04초, 제2주제는 수줍은 듯 미소 짓다가 행복한 함박웃음으로 발전한다. 1분59초 지점, 오케스트라의 서주가 끝나고 독주 악기가 등장하는 대목(독일어로 ‘아인강’ Eingang)에서 오케스트라의 속삭임에 피아노가 트릴*로 화답한다. 오케스트라의 팡파레에 피아노가 한 번 더 대답하고, 음악은 자유롭게 발전한다.
2분45초 지점의 경과구(經過句)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대화다. 3분22초 지점, 제2주제를 오보에가 연주할 때는 피아노가 반주를 한다.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솔로를 맡고 피아노가 반주하는 것도 협주곡 역사상 이 대목이 처음이다. 전개부의 폭과 깊이 또한 주목할 만하다. 4분55초 이후 제1주제가 발전하는 부분은 모차르트가 훗날 쓴 3대 교향곡의 깊이를 예감케 한다. 팡파레의 주제가 단조로 변형되리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5분39초 지점부터는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대등한 규모로 활약한다. 5분 57초, 재현부로 들어가기 직전에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아예 역할을 바꿔서 대화를 나눈다. 19세기 낭만파 협주곡을 능가하는 자유분방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