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안 채택 하루 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대북 제재 협조를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안보리 추가 제재안이 "별것 아니다"라며 미국의 독자적인 추가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 대형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 칼끝이 자신들로 직접 향할지 초 긴장 상태다.

◇美 정부, 中 콕 집어 "대북 제재 협조하라" 압박…명시적 경고 이례적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가 주최한 한 컨퍼런스에서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중국에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따르지 않는다면 중국이 국제 달러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므누신 장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엔 제재와 별도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을 제재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사실상 중국에 대한 제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중국이란 국가명을 명시적으로 지칭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같은 날 마샬 빌링슬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 역시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단동은행 등에 내려진 것 같은 제재를 피하고 싶다면 북한과의 교역과 금융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조속하게 공식적으로 취하라"고 압박했다.

이 자리에서 수전 손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중국이 일부 주목할만한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안보리 제재 매우 작은 조치…별것 아냐" 추가 압박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단지 또 다른 매우 작은 조치"라며 북한과 관련한 추가적인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보리 만장일치 대북 제재 채택을 언급하며 "궁극적으로 북한에 일어나야 할 일에 비하면 별일 아니"라고 말했다. CNN은 "미국이 안보리 제재안 채택 후에도 추가적인 압박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은행들이 바짝 긴장한 상태다. 미국은 지난 6월 말 북한 접경지역에 있는 중국 단동 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으나 아직 대형은행에 까진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북한 접경 지역의 중국 대형은행들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는 상황을 우려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단동은행에 대한 제재는 좋은 시작이었다"며 "그러나 이들 은행의 북한과의 거래가 북한 핵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중국 은행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초상은행이나 이보다 큰 국영은행인 농업은행이라 할지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주요 중국 은행을 반드시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루스 클리그너 전 중앙정보국(CIA) 북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유엔과 미국 제재가 병행된 조합은 미국 정치권의 대북 기조가 경제전(戰)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미국이 이란에 했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