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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14 04:51
비둘기 도와줬던 기억.txt
 글쓴이 : 닁큼
조회 : 818  

오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도 저는 아침 운동 차 개천 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서 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푸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소리가 난 곳을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허공에서 못 날아가고 괴로워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끊어진 연줄에 몸이 얽혀서 날아가지 못하고 좌우 위아래로 마구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매사를 수동적으로 꼭 필요한 일만 하는 습성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다른 누군가 도와주겠지.'하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구요.

사실 비둘기를 도와주려면 온 길을 다시 100미터 가량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래야 차들이 다니는 윗길로 통하는 통로가 있어서..이게 귀찮았다는...-_-;

결국 가던 길로 몇 발짝 지나쳐 가다가 참지 못하고 뒤돌아서 온 길을 뛰어갔죠. 
그리고 이윽고 비둘기 있는 곳에 도착.
도착하고 보니, 이미 어떤 어르신께서 비둘기를 잡고 얽힌 실타레를 풀고 있었습니다.

저는 쭈뼛쭈뼛하며 2~3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곁눈으로 어르신이 하는 걸 지켜 봤죠.
그랬더니 어르신이 손짓으로 저를 부르시더군요. 그리고 비둘기를 잡아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둘기 양 날개를 넓게 벌려 잡고, 어르신께서 꼬인 연줄을 풀기 시작했죠.

가까이서 보니 비둘기는 이미 한쪽 날개 깃털이 제법 뽑힌 채 좀 엉망으로 변해있었습니다.(날개뼈까지 보인..)
어르신과 저는 번갈아 풀려고 계속 노력을 하였지만 잘 풀리지 않아서 결국 가까운 가게에서 가위를 
빌려서야 줄을 끊어낸 후 비둘기를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줄이 풀리자, 비둘기는 날개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날아가더군요.
순간 어르신께서 기분 좋게 웃으시며 제 등짝을 살짝 때리셨습니다. 수고했다고 하면서..

모든 것을 수동적으로 꼭 필요한 일에만 움직이던 저에게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지금도 타성에 젖어서 사는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문득 들어, 그날 일을 떠올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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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임 17-09-14 04:57
 
저도 먹이를 먹지 못해 탈진해서 날지 못하는 멧비둘기를 일주일동안 먹이고 날려보냈는데 ...
3일 먹이다가 보호단체에 연락해서 보냈더니 ... 하루 있다가 날려보낸다고 하더군요.
딱 봐도 ... 아직 기운을 못 차렸는데 ... 데려와서 3일 있다가 날려보냈습니다.

아마 그때 날려보냈으면 하루 이내에 들고양이 먹이가 되었을 겁니다.
     
닁큼 17-09-14 05:00
 
좋은 일 하셨네요.

전에 쓰신 댓글(노약자석 관련)도 그렇고...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시는 점이 참 존경스럽네요.
저는 매사 생각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여전히 쉽지 않은데...
코리아헌터 17-09-14 08:22
 
저는 전에 혼자서 강원도 오대산에서 길 잃고 산속을 헤메다가 배고파서 산비둘기를 돌을 던져 잡아서 구워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