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도 저는 아침 운동 차 개천 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서 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푸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소리가 난 곳을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허공에서 못 날아가고 괴로워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끊어진 연줄에 몸이 얽혀서 날아가지 못하고 좌우 위아래로 마구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매사를 수동적으로 꼭 필요한 일만 하는 습성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다른 누군가 도와주겠지.'하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구요.
사실 비둘기를 도와주려면 온 길을 다시 100미터 가량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래야 차들이 다니는 윗길로 통하는 통로가 있어서..이게 귀찮았다는...-_-;
결국 가던 길로 몇 발짝 지나쳐 가다가 참지 못하고 뒤돌아서 온 길을 뛰어갔죠.
그리고 이윽고 비둘기 있는 곳에 도착.
도착하고 보니, 이미 어떤 어르신께서 비둘기를 잡고 얽힌 실타레를 풀고 있었습니다.
저는 쭈뼛쭈뼛하며 2~3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곁눈으로 어르신이 하는 걸 지켜 봤죠.
그랬더니 어르신이 손짓으로 저를 부르시더군요. 그리고 비둘기를 잡아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둘기 양 날개를 넓게 벌려 잡고, 어르신께서 꼬인 연줄을 풀기 시작했죠.
가까이서 보니 비둘기는 이미 한쪽 날개 깃털이 제법 뽑힌 채 좀 엉망으로 변해있었습니다.(날개뼈까지 보인..)
어르신과 저는 번갈아 풀려고 계속 노력을 하였지만 잘 풀리지 않아서 결국 가까운 가게에서 가위를
빌려서야 줄을 끊어낸 후 비둘기를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줄이 풀리자, 비둘기는 날개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날아가더군요.
순간 어르신께서 기분 좋게 웃으시며 제 등짝을 살짝 때리셨습니다. 수고했다고 하면서..
모든 것을 수동적으로 꼭 필요한 일에만 움직이던 저에게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지금도 타성에 젖어서 사는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문득 들어, 그날 일을 떠올리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