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 부동산과 증시의 침체까지 겹쳐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6년 만에 최저인 7%에 그쳐 지방정부들의 차입청산이 지연되고 중앙정부의 지원정책 수단도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폭락도 지방 정부들의 국유기업 자산 축소로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악재다.
◇전인대의 지방채무 심각성 경고
류자이(劉家義) 심계서장(감사원장격)은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지방정부 채무 중 올해 만기분이 1조8천600억 위안으로 전체의 17%에 달하는 등 채무상환 압력이 크다"고 보고했다.
바오커신(包克辛) 전인대 위원은 9개 성의 중심도시들을 표본조사한 결과, 2014년말 부채 잔액이 2013년 6월보다 46% 늘었다고 지적한 뒤 "당국의 지방부채 관리 노력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지방정부채 중 올해 만기 도래분은 추정 기관들마다 차이가 있다.
신화통신은 1조 8천600억 위안, 중국국제금융공사 분석가는 2조 9천억 위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4조 위안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무수익여신(NPL) 비율도 중국 당국의 통제 수위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농업은행(크레디 아그리꼴)의 다리우스 코왈치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성장 모멘텀 유지에는 성공했지만 단기 부양책의 부산물인 무수익 여신 급증으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 1분기에 상업은행들의 NPL 수치가 전년 동기대비 52.1%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개혁도 뒷전으로 밀렸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경제학과)는 부채 규모보다도 중국의 실물경기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실물경제 지표들이 계속 악화하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어려워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시장에서 믿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위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일단 한 곳이라도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면 연쇄 부도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방정부의 위험도를 낮추는 등 부채 관리와 함께 실물경기 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무차환·통화정책의 명암
차환정책은 시행 당시 '1조 위안 한도'로 발표됐으나 증시폭락 사태에 경기둔화 조짐까지 보이자 2분기 성장률 발표 전날인 14일 관영 언론을 통해 '1조 위안 추가'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목표의 3배를 초과한 것으로 지방정부 채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차환이 없다면 지방정부들은 지출을 줄여 채무를 상환해야 하고 재정 상황이 좋지 않으면 디폴트를 모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경보에 따르면 두 차례 차환정책으로 지방정부 부채 1조 8천600억 위안이 줄었다. 1조 위안의 채권차환으로 지방정부들의 연간 이자 부담 비용만 500억 위안이 절감되는 등 막대한 채무 부담으로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는 지방정부들의 숨통을 터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가 증시부양 후유증에 대처하느라 지방정부 채무 경감을 적극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 공급의 후유증이 경제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윌리암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경기하강 위험성을 우려하는 중앙·지방정부의 경기부양 조치들이 이어지면 4조 달러 규모의 지방채 급증과 유동성 확대로 자산 거품도 심해져 '시한폭탄'의 폭발 시간이 당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동성 공급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3월에도 중국 당국이 빈번히 내놓는 통화완화 정책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부채 차환을 무한정 늘리면 채권시장의 수급 충돌 현상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임호열 동북아경제실장은 지방정부들의 부채 투명성이 떨어지고 규모도 18조위안에 달해 위기에 직면할 수는 있지만 디폴트 위험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정부가 채권발행 허용 등 정책수단을 가동하고 있고, 유사시 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등 관리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