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란 나라에는요, 자기 섬 밖 공간이 미지의 악의 세계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기 방 밖, 자기 집 밖이 그렇고요) 그 세계는 일본에 대한 부조리한 악의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그런 망상적 두려움이 일본이라는 전체 공동체 차원에서 증폭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국은 반일이여서 자기들한테 맹목적 악의로 가득차 있다고 망상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부수지 않기 위해 그 정에 부합하는 사실과 논리만을 끊임없이 쌓아올리는 겁니다. 그 반은 축소하고 왜곡하고 은폐하고 무시하면서요. 심지어 그런 작용을 공적 기관이나 권위체인 권력기구, 언론, 출판, 지식인들이 완화하는게 아닌 강화하죠. 그래서 일본과 일본인은 착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고 안전하고 평화롭고 사랑받고,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라는 일본인의 세계가 만들어지는거죠 철저히 일본은 정이고 비일본은 반입니다. 정말로 순진하고 깔끔하며 자폐적인 세계관입니다.
지금 상태는 철저히 정이고 그것에 대한 의문은 철저히 반이자 또 악입니다. 인간이 눈을 뜨는 것, 주체적 인간의 능동적 변혁을 억제하는 세계관입니다.
사실 모 아니면 도 경향의 현실적이고 세속적인(종교적, 이념적이 아닌) 세계관은 철저히 연약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힘의 논리에 철저히 순응하고 일변한 일본의 개항과 메이지 유신, 또 하나의 예로는 러시아를 들 수 있습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일본과 러시아의 전운이 고조될 때 일본대중들에게는 이른바 강력한 '서방의 열강' 러시아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해 있었고 '공로증'이란 말이 신조어로 등장할 정도였는데 이런 경향이 전쟁에서 승리하자 오히려 '후진국' 러시아에 대한 지독한 폄훼, 일본우월주의 경향으로 일변해버리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곧 3국협상 진영으로 편입되어 이젠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게 된 러시아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었고 그에따라 문학이나 발레 같은 러시아 문화가 지식인 사회, 부유층에서 급격히 수용되고 크게 유행하기도 하지만요. 손바닥 뒤집기 같은 손쉬우면서도 급격한 이런 세계관의 일변은 2차 대전 전후 미국에 대한 태도로 또 한번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