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신암선열공원 개원식 기념사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국립묘지로 승격 개원된 신암선열공원에서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먼저 이곳 신암선열공원에 잠들어 계신 독립운동가 쉰두 분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이 공원을 정성으로 보살피신 광복회 대구광역시지부 김명환 지부장님을 비롯한 역대 지부장님과 회원, 유가족 여러분, 권영진 대구시장님, 김관용 경북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국립묘지 승격을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신 정종섭, 정태옥, 홍의락, 김상훈, 이종명, 이철우 국회의원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님, 피우진 국가보훈처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신암선열공원은 매우 특별한 묘지입니다. 전국에는 독립운동과 6·25참전과 민주화 운동으로 국가에 헌신하신 분들을 모신 집단묘역이 열한 곳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신암선열공원은 독립운동가들만을 모신 유일한 묘지입니다.
 
신암선열공원은 조성과정부터 특별했습니다. 1955년 경북지사께서 선영이 없는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땅을 마련하셨습니다. 1970년 그 묘역이 용도변경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대구시민들께서는 사흘 동안 시위를 하며 지켜주셨습니다. 1987년에는 공원화 사업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구경북 시도민께서 먼저 해주신 것입니다.
 
신암선열공원이 처음 조성된 지 63년이 흘렀습니다. 묘소의 특별한 의미에 비하면 국립묘지 승격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늦어진 만큼 더 충실하게 예우하고 관리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로부터 대구경북은 호국과 애족의 활동이 활발했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에는 영남의병들께서 가장 먼저 일어나 일제에 맞서셨습니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도 이곳 대구입니다. 1919년 3.1운동에 이은 삼남지방의 만세운동도 대구가 가장 빨랐습니다. 이렇게 역사의 고비마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정의를 위해 몸을 던져 싸우셨습니다.
 

그 정신의 뿌리는 선비정신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북유림의 곧은 기개와 우국충정이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으로, 해방 이후에는 2·28같은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작년 여름에 경북 안동, 경주, 칠곡을 찾아 유림의 발자취를 살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유림의 얼이 이곳 신암선열공원에도 깃들었다고 오늘 저는 직감했습니다.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께 존경의 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조상들을 기억하고 모시는 일은 후손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 도리를 충실히 이행해 갈 것입니다.
 
정부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더 찾고 올바르게 정리하겠습니다. 의병과 여성 등 조국광복을 위해 희생하셨으나 여태 파악되지 못하신 분들을 더 찾아 합당하게 평가하고 예우하겠습니다. 독립유공자로 포상되셨으나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하신 6천여 분을 더 충실히 모시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겠습니다. 내년의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까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미리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이곳에 잠드신 선열들께서 독립운동에 헌신하셨을 때는 남과 북이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선열들께서 꿈꾸신 조국독립은 온전한 독립이었지 분단된 독립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해방조국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습니다. 그렇게 분단된 채로 갈등하고 충돌하며 벌써 73년을 보냈습니다.
 
나흘 전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획기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굵은 합의들도 이루었습니다. 이어서 열릴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에서는 더욱 진전된 합의가 나올 것입니다.
 
이렇게 기적처럼 찾아온 평화의 기회를 우리는 살려야 합니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없애고 항구적 평화를 확보해서, 민족이 공동번영하며 조국분단을 극복해 가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 길을 착실하고도 신속하게 갈 것입니다. 지혜와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그 길을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것이 조국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셨던 선열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다하겠다고 선열들 앞에서 우리 함께 다짐하십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