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는 50명을 상대하다가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노신’이라는 약을 먹기는 했지만,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지요. 병사는
불붙는 담배를 내 코와 자궁에 넣었습니다. 어느 장교는 ‘너는 질렸으니 필요없다’며 나를 군견인 셰퍼드가 덮치게
했습니다.”(김대일 할머니)
영화에서조차 만나기 힘든 이 스토리는 실제 일어난 ‘과거의 일’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경험이 용기의 증언으로
기록됐는데, 이 기록의 주인공이 일본 포토저널리스트인 이토 다카시다. 저자는 새 책 ‘기억하겠습니다’을 통해 위안부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냈다.
일본인 눈에도 끔찍스러운 이 고통은 기록하고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무엇’이었다. 저자는 “1981년부터 원폭의 피해
실태를 취재하다가 만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추정치만 20만 명이 넘는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취재하면서 내게 여성이나 타민족에
대한 차별 의식이 있는지 자문하게 됐고 일본의 과거를 일본인이 직접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남한 여성 9명과 북한 여성 11명의 증언이 실렸다. 저자가 40년 가까이 기록해 온 그들의 목소리는 때론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본능적으로 꿈틀거렸고, 때론 ‘현재’에도 사라지지 않는 진행형의 역사로 다가왔다.
“나보다 조금 나이가 든 여자는 ‘그 짓’을 거절하다 장교와 심하게 싸우기도 했어요. 이 벌거벗은 여자는 성기에 권총을 맞고 죽었습니다.”(황금주 할머니)
“아직도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어떤 광경이 너무도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울면서 깨는 일도 많아요. 랑군에서 자.살한 여자의
시체를 태울 때입니다. 잘 타도록 막대기로 쑤셨는데 시체에서 기름이 흘러나왔어요. 귀국해서 2년 정도는 불고기를 먹지
못했지요.”(문옥주 할머니)
“여자 두 명이 병사를 상대하는 걸 거부했어요. 병사들은 우리를 불러 모으더니 두 여자를 높은 나무에 매달았어요. 그들은 병사에게
‘개 같은 너희들의 말 따위는 듣지 않겠다’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놈들은 칼로 여자들의 유방을 도려내고 머리를 잘라 끓는 물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마시라고 강요했습니다. 거부하면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마셨습니다.”(리복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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