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은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으나, 미국이 10일, 2000억 달러의 추가 관세 폭탄을 날리자 입장을 바꿔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 일부 언론에서는 “트럼프에게 감사한다”는 표현까지 내놓으며,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2일, 상무부와 외교부, 재정부 등 주요 부처에 ‘수입을 확대하고 대외 무역의 균형적인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을 통지했다.
상무부는 10일 웹 사이트에 게재한 이 ‘의견’에 대한 해설에서 향후 ‘일부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하 실시’, ‘기업의 정당한 권리보호 및 국내 투자환경 개선’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영 신화사 산하 ‘환구잡지(環球雜誌)’의 류홍(劉洪) 부편집장은 중국 SNS 웨이신(微信)의 자신의 계정에서 당국의 의견과 해설에 대해, “이 행동(관세 조치) 덕분에 중국으로서는 개혁·개방이 급선무가 됐다... 수 년 후 지금 상황을 되돌아 볼 때 트럼프에게 감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각 매체는 이 글을 일제히 전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글에 대해 “중국은 무역전쟁이라는 선물을 안겨 준 트럼프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재미 중국학자 리헝칭(李恒青)은 미국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태도 변화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방중한 마티즈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미국에 대항하고 싶지도 않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상무부와 외교부, 중앙 선전부 등 주요 부처 고위 인사들과 가진 미중 무역마찰 관련 회의에서도 “미국과의 대립을 피하고 자세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현재, 중국 관영 언론은 시 주석의 요구에 맞춰 ‘무역전쟁으로 인한 압력을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힘으로 바꾸자’는 다소 억지스런 논조를 전개하고 있다.
리 씨는 “이러한 주장은 프로파간다(어떤 주의나 주장 등을 대중에게 널리 설명하여 이해와 동의를 얻으려는 활동)”라며, 중국 당국이 처음부터 경제발전과 개혁을 하려 했다면 무역전쟁으로 인한 압력은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각 언론에 대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체 부정적 논조를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 씨는 “당국은 2개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며, ‘하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분쟁이 장기적으로 정권붕괴의 위협으로 작용할 우려를 경계‘하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프랑스 국제 라디오 방송(RFI)> 중국어판은 12일, 최근 중국 내에서 당국의 과격한 반미 논조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대해 최근까지 “일체의 대가를 아끼지 말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을 계속 주장해 왔다.
RFI는 지린대학 금융학원의 리샤오(李暁) 원장의 이달 초순 졸업식 강연사를 인용해, “현재와 같은 경제 글로벌 시대에 일체의 대가를 아끼지 않는다는 강경한 논조는 매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0일, 추가로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한다는 방침과 함께 새로 대상이 된 6000개 품목 리스트를 발표하고, 오는 9월부터 관세 발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상응하는 대항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