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화학 공업이 대체로 경상도를 중심으로 매우 발달했었죠, 물론 지금도 큰 차이는 없는데요.
8~90년대에 이 부산, 울산, 창원 등지에서 일하셨던 어리신들이 지금은 대부분 은퇴하셨는데 이분들 누릴 것 다 누리고 받을 것 다 받으신 분들인데 은퇴 후 놀기 싫어서 택시 운전 하시는 분들이 꽤나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한 2년 동안 한 세 번 정도 같은 경험이 있는데요, 부산에서 두 번 울산에서 한 번, 이렇게 세 번을 비슷한 소리를 들었네요.
상황은 이렇습니다.
기사분의 연세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
처음에는 경기 이야기를 합니다. "요새 경기가 정말 안 좋다." 제가 "택시 운전을 하시다보니 경기를 잘 느끼시나 보네요."라고 응대하면, "맞다, IMF 때보다 더 안 좋다."라고 대답하십니다.
그러냐고 응대하면 그때부터 정권 욕을 합니다. 현직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며 색깔까지 거론하며 나라 망친다고 열을 내십니다.
"그게 대통령 탓일까요, 국제적으로 경제가 그렇게 좋지 않은 보편적인 현상 아닐까요?" 라고 응수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너무 대기업이나 공무원만 생각한다."며 이른바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자신이 젊었을 때는 안 그랬다고 합니다.
제가 "시대가 다른 것을 젊은이들을 탓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라고 하면, 그때부터
"우리는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 왜놈들이 정말 나쁜 놈들인데 배울 점은 많다."라고 말을 꺼냅니다.
당신이 울산 화학 단지서, 혹은 창원 기계 공단에서, 혹은 울산 중화학 공단에서 정년했는데 당신이 일할 때 일본은 넘사벽이었다며, 혹은 일본인들의 국민성이 참 배울게 많다며 연설을 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 볼 때 그분들은 8~90년대가 본인들의 황금기였고, 그 때 꿈꿨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좋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것 같고, 그분들이 본 것들 중에 현실 비판의 준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이 굳이 당시에 본 일본이라 그것을 핑계 삼으시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나 이런 생각 갖고 계신 어르신 본 적 없으신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