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식민사관으로 배운 사람들이야 마치 우리나라 역사가 결점 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 본다면 우리나라 만큼 내부적인 문제를 잘 풀어 오랜 안정을 이룬 나라도 없습니다.
인류사에서 제국을 말할 때 '로마'를 흔히 말하지만 이들은 힘을 바탕으로 끊임 없는 분쟁 속에 자신들의 제국을 이루었고, 결국 자신들이 만든 법과 제도 등으로 망하게 됩니다.
힘을 가진다는 것은 화려하고 멋져 보일 수는 있으나 그것은 평화나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통일 신라 이래로 단일 왕조를 유지하였고, 점진적으로 영토를 넓혀갔던 매우 안정적인 중앙 집권 국가였습니다.
이 세상에 완전히 고립된 일본과 같은 나라가 아니고서야 문명사회와 연결된 나라치고 전란의 고통을 겪지 않은 나라는 드물며, 그 전란 속에서 원래의 나라를 온전히 보전한 나라도 매우 드뭅니다.
혹자는 몽고의 고려 침략과 왜의 조선 침략을 두고 실패한 정권의 결과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몽고에 맞서 고려만큼 오래 저항한 나라는 없습니다. 너무 오래 저항한 탓에 나중이 더 큰 문제였으나 그렇게 오래 저항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나라의 하층에서부터 상층까지 모두를 꿰뚫는 조국애나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문화적 보편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로 임진왜란을 막지 못한 것은 당시의 정권이 무능해서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6세기 전반의 주류 사회, 즉 조선과 명, 그리고 그를 주변한 북방 정세를 보건데 조선은 매우 효율적으로 외세를 막거나 외교 관계를 잘 유지했습니다.
당시의 입장에서 '왜'는 단순 해적 집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내전으로 동북아의 주류 사회에서는 관심권 밖이었습니다.
왜가 통일을 했다는 것이 조선이나 명의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할 일도 아닌 것이고, 응당 국가의 혼란이 평정되었다면 주류 사회로 나와 상국들에게 예를 다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니 왜의 군사적 움직임을 감시하고 그에 대비하는 한편 외교적으로 응대하는 것이 상책이었고, 상국이 먼저 나서는 것은 관례상 맞지 않은 것이었죠.
그럼에도 임란이 일어난 것은 왜구들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으로 왜구의 도발을 약 1만 여 병력 수준으로 한정한 데에 있고, 중간에 오갔던 외교문서를 한 가문이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점과 왜의 지도자가 당시 보편 문자인 한자를 읽을 수 없어 벌어진 촌극인 것이죠.
만약 현시점에서 문명국 중 어떤 나라가 외교 문서를 조작하여 왕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결국 임란은 왜가 당시의 보편 시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인 것이죠.
임란을 겪고 동북아는 크게 재편됐으나 우리나라만은 구국가를 유지합니다. 이것은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반에서부터 조선이라는 국가의 뿌리가 깊었음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이미 국제 정세에 부합하지 못한 정권의 존속은 이후 시대의 변화에도 문제가 됐던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네요.
요약하자면, 우리나라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국가를 유지할만큼의 성숙한 정치와 내부 구조를 갖고 있었던 나라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분란이 없던 나라는 없으며, 유럽의 경우에는 다층적 문제들로 우리와는 비교조차 힘들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중국 역시 역대 왕조 중 한족의 왕조가 소수일 정도로 외세의 침탈을 많이 겪었을 뿐만 아니라 정권도 불안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나라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비극적 사실만을 보고 그것을 초점으로 서술한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국수주의가 아니라 천 년 이상 하나의 정부를 유지하며(정권 교체는 있었지만) 중앙 집권을 계속 유지했다는 측면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