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어의 우리말 중에는 '사잇소리'현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어근과 어근이 결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든 합성어에서 음운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음에도 후행하는 어근의 첫머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현상이죠.
이를 테면, '봄비'가 [봄삐]로 발음된다든지, '나뭇잎'이 [나문닙]으로 발음 된다든지 하는 현상이죠.
현대국어에는 합성어 사이에 매개임이 개입되어 수이적으로 음운 변동이 일어난다고 보는데요,
중세국어를 살펴 보면 관형격 조사 중에 'ㅅ'이 있었습니다. 현대국의 관형격 조사는 '의' 하나 뿐이지만 중세국어 그러니까 훈민정음 창제 즈음에는 관형격조사가 매우 복잡했습니다.
일단 체언으로 오는 명사가 유정명사일 때, 그 명사의 모음이 양성모음이냐 음성모음이냐에 따라서 양성모음이면 'ᄋᆡ'를, 음성 모음이면 '의'를 썼습니다.
그리고 명사가 무정명사일 때는 관형격으로 'ㅅ'을 썼죠.
지금의 사라진 관형격 조사의 흔적이 사잇소리로 나타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봄비'에서 '비'가 된소리 [삐]로 나는 것은 '봄'과 '비'사이에 관형격 조사 'ㅅ'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를 테면, '봄의 비' 꼴이라는 것입니다. '나뭇잎'도 마찬가지로 나무의 잎'의 개념에서 무정명사기 때문에 'ㅅ'이 숨어 있다고 보는 것이죠.
'물고기'란 단어를 한 번 볼까요?
된소리로 [물꼬기]가 되죠? 그러니까 '물의 고기'라는 의미가 '물고기'란 단어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고기'란 단어는 어떨까요?
'불의 고기'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불고기]로 발음됩니다.
그럼 '불고기'는 어떤 고기일까요? '불로 조리한 고기'의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국어적인 현상이죠.
외래어를 단순 번역했다면 이런 언어 습관을 우리가 아주 구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