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일부분만 발췌하여 올리겠습니다.
발췌후에 이해를 위해 조금씩 부언하겠습니다.
문장 배열이 틀어져서 대충 배열하였습니다.
가독성이 안 좋더라도 이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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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이 중국에서 독립된 왕국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때는 7세기 초엽이다.
서장의 고대사를 기록한 문헌들 가운데 [왕통세계명감(王統世系明鑑)]에서는
당시 티벳 일대에 44개의 소왕(小王), 12개의 소(小邦)등이 존재했다고 적고 있는데,
그 중 탁월한 정치세력을 가지고 있던 대표부락으로서는 아륭(雅隆),양원(羊園),
소비(蘇毘), 백란(白蘭), 당항(黨項), 부도(附圖), 토곡혼(吐谷渾)등을 꼽을 수 있었다.
그 중 아륭 부락의 송찬감포가 티벳 고원과 그 주변의 제 민족을 통합하여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토번'이라 하였다.
이 시기에 서장이 당과 대등한 실력을 갖게 되자 이를 염려한 당 태종이
토번의 세력 견제를 위해 송찬감포에게 문성공주를 시집보내어 화친을 맺게 되었다.
송찬감포는 아름다운 문성공주를 위해 당의 불교문물을 받아들이고 또한 이를 위해
대규모 사찰 공사를 벌였는데 이 때 건축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포달랍궁’으로
오늘날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것 중에 하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송찬감포가 아내인 문성공주를 위해 받아들인 이 불교는 후에
인도의 밀종(密宗)과 함께 서장의 토속신앙과 합쳐져서 장밀(藏密)이란
독특한 형태의 서장밀교(西藏密敎-라마교)를 이루었다.
토번이 망한 후 서장은 한 동안 사오분열을 일으켰으나 후일
원[元]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 영향을 받아 정교합일[政敎合一]적인
지배체제가 구축되니 서장은 사실상 라마승들의 왕국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이 라마들이 파벌을 나누어 서로의 교세를 견제하다가 결국 서기 1158년에
일단의 라마들이 무력으로 포달랍궁을 점령하고 그 세력을 더욱 확장하였는데
이들이 붉은 모자를 쓰고 다닌다하여 홍교[紅敎 - 닝마파]라고 불렸다.
홍교의 제 팔대 법왕 루가사는 이 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궁의 옥상에
올라서서 마니통[전경륜 -원통으로 중앙에 축이 있어 돌릴 수 있게 되어 있다.]을
돌리며 예불을 하고 있었다. 서장의 라마들은 경문이 담긴 마니통을 한 바퀴 돌리면
하나의 경문을 다 외운 것으로 생각할 뿐 아니라 그 공덕으로 전생에 지은 죄업을
소멸 할 수 있으며 마귀를 굴복시키고, 심신의 질병과 기근 등 팔만 사천의 위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매일 아침 마니통을 돌리는 것을
경건한 의식으로 받아들여 모든 라마들은 날마다 이 마니통을 돌려야 하였다.
이 곳 포달랍궁의 옥상에는 외곽을 따라 천 백 칠십 개의 마니통이 있었으니
경건한 마음으로 경문을 외우며 외곽을 따라 한 바퀴를 다 돌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루가사 역시 경건함으로 마음을 단장하고 하나하나 마니륜을 돌리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머리엔 잡념이 가득했다. 이 시간만큼은 불도에 집중하길 원했지만
산적해 있는 문제는 예불마저 방해한다. 아마 이 길의 끝에는 또 다시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리니 저 먼 곳에
역시나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모든 라마들이 아침 예식으로 마니통을 돌려야 하지만 서장 불문의
믿음의 주인 된 입장에서 법왕 루가사나 삼대 수좌들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이 예식을 거르거나 중단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그저 루가사의 아침 예불이 방해받지 않고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러한 그의 배려에 따라 루가사도 다시 잡념을 버리고
예식에 집중했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루가사가 마니통을 다 돌렸을 때는 붉은 가사를 걸친
무승[武僧]의 수장인 가루보가 합장을 한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가사도 그를 마주하여 두 손을 모았다.
"먼저 와 계셨구려! 나를 기다린 게요?"
"예불을 수행할 따름입니다. “
"허허허..!“
“........”
그냥 하는 말임을 알기에 루가사는 쓴 웃음을 지었고 그냥 하는 말이기에
가루보 역시 루가사의 웃음에 반응하지 않았다. 서로 속이 빤히 보이기에
더 반응하지 않았고 그만큼 서로의 속은 편하지 않았다.
“옴마니 반메움.....”
루가사는 한숨짓듯 나직하게 진언을 외웠다.
원[元]이 물러나고 중원에 명[明]이 들어선 지도 어느새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 동안 홍무제는 명의 내정을 다지느라 서장에 대해서는 방관의 자세로 일관했으나
내정이 안정되자 칙령을 발표해 명에 조공을 바칠 것을 명하였다.
그 조공이라는 것이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 왔다. 준비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기에 갑갑하기만 했다.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나름대로
자구책을 준비중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해결책이 아직은 눈에 닿지 않았다.
"뭔가 발견한 게 있소?"
고개만 흔들흔들.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법의 근본이라는데.... 물론 결국은 찾아지만....!
“찾아야지요. 반드시 찾아내야지요.”
“대양께서 찾으라고 하시니 찾고는 있습니다만 혹, 그들을 그냥 무시해서는
아니 되겠습니까? 오 년간 찾아 헤맸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면 이미 대산을 떠났거나
아니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내 어찌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겠소? 하지만 전대 대양들과 그 기록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들이 근거 없이 그리 기록을 남겼겠소?”
"하지만 대양! 대체 언제까지 찾아야한단 말입니까? 저들의 요구는 어쩌시려고요?
그들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려면 일단은 명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 텐데요.
그것도 문젭니다. 명의 요구대로 따르다가 다른 파벌들의 불만을 살 수도 있어요.
그것 또한 유념하셔야 합니다.“
“불만이라..... 불만이 있다한들 저들이 어쩌겠소? 명의 요구가 어찌 우리만의
일이란 말이오? 우리가 없다면 소뢰음사의 중들이, 청룡사의 요사들이
명의 사자들을 직접 맞아야할 텐데 불만이라니.... 이 일은 파벌간의 문제가 아니라
서장 전체의 문제요. 우리 홍교만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외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한단 말입니까?
어디 있는지 찾을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냥 그들을 없는 사람으로 여길 수는 없습니까? 우리는 충분히 강합니다.
그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우리에게는 법승들이 있지 않습니까?
대체 언제까지 없는 사람들 눈치를 보려하십니까?"
"허어! 내 말이 그 말이오. 법의 근원이 바로 그들인데 우리 법승들의 무위가
그 정도라면 그들의 무위는 또 어떻겠소? 나도 이제 지치오. 그렇다고
감정대로 할까? 정말 그러길 바라시오? 재촉하지 말고 조금만 더 참으시구려.
때가 되면 내가 제일 먼저 참지 않을 것이니, 무좌께서는 그저... 그저...우리
라마승들의 무위[武威]에 더 신경 써주시구려!"
”...........“
”내 무좌의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오. 내 마음도 이해를 해 주시구려!“
"후~우,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합니다.
그저 대양의 명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구려!"
"그런데 명의 요구조건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찌할 수 없지 않소? 그들의 요구조건을.....다....들어 주시구려!
다만 언젠가는 우리 서장의 모든 한을 배로 갚아주게 될 것이오. 그때까지는
그저 내 탓을 하고 계시구려. 내 대양의 자리에 있지만 정말 능력이 부덕하여 송구하기
그지없구려.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구려!”
“감히 누가 대양을 탓한단 말입니까? 이게 어찌 대양의 탓이란 말입니까?
“되었소. 되었소. 그만두시구려! 옴마니 반메홈..”
루가사도 가루보도 마음이 갑갑해졌다. 이 순간 왠지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게 민망하 기 그지 없어 서로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멀리 아래로 납살[拉薩 - 서장의 수도]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