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님의 대모 이야기입니다.
서울대를 다니다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당에서 만난) 한 해병대 출신의 잘 생긴 청년이랑 결혼을 했습니다. (그 형은 고졸이었음) 물론 누나는 대학까지 자퇴를 해야 했죠.
둘이서 신촌에서 식당을 하다가 두어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잦은 싸움에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둘 사이에 초등 3학년 딸이 있었는데 ...
그 누나는 재산을 정리하고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미국에서 민박을 하면서 ... 딸을 부양했는데 ...
조카딸은 대부분의 한국계들이 그렇듯이
클린턴 대통령 재직시 대통령상까지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약학대를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습니다. 누나는 약사가 되면 안정적인 연봉에 고생하지 않고, 삶을 살 수 있다고 권한거죠. 그런데 조카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그 대학을 자퇴하고 다른 대학의 철학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대모 누나가 한국에 온 것이 그 즈음이었습니다. 누님은 조카딸에게 졸업이라도 하고 다른 공부를 하라고 권했다는데 조카는 듣지를 않았다는 거죠.
이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했답니다.
그게 몇 년 전인데 ... 지금은 어떻게 사는 지 모르겠습니다.
자식 때문에 속을 끓어보니 ... 당시에 누나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이해가 가는군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게 하려는 부모와 자신의 길을 찾는 아이 ...
내 아이는 아직 자신의 길도 찾지 못했는데 ... 조카딸이 그렇듯이 나중에라도 자신의 길을 찾기를 바래야 겠죠.
그러고 보니 막상 나도 대학교 졸업을 할 즈음에야 내가 뭘 하고 싶은 지를 고민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