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국민학교 3학년 때 시력 검사를 했는데, 양쪽 다 0.4.
맨 앞에 앉아야 칠판 글씨가 겨우 보일 정도.
부모님께 이야기했는데, "뭔 아이가 눈이 나쁘다고 해" 하며 그냥 넘어감.
뭐 당시 선친이 하시던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형편이 어렵기도 했지만.
국민학교 6학년 때는 맨 앞에 앉아도 칠판 글씨가 안 보임.
중학교 2학년 때, 내 위 형님이 제대하고 귀가함.
내가 잘 안보이는 사물을 어떻게든 보려고 눈을 찡그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더니
"왜 그러냐"고 물어봄.
눈이 나빠서 그렇다고 말했더니, 즉시 날 데리고 버스타고 강릉으로 감.
(형은 해병으로 베트남전 참전하고 와서, 저축했던 돈이 있었음.)
안경점에 가서 시력을 쟀는데, 안경점 주인 왈 "왜 이제야 왔냐"고.
안경을 맞춰 썼는데, 눈 앞에 펼쳐지는 신세계.
세상이 이렇게 밝고 깨끗하게 보인다니...
그 때,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안경 쓴 사람은 나와 내 친구 한 놈. (그 놈은 부자집 아들)
눈이 나쁜 놈들이 있었는데, 안경을 마음대로 편하게 맞춰 쓰지 못할 정도.
당시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모름.
당시 환경은 매우 나빴음.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비로소 전기가 들어왔음.
그 전에는 석유 램프를 사용했었음.
책을 보려면, 밤에 석유램프를 켜고 봐야 했는데,
램프 밑에서는 그림자 떄문에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았음.
그런 환경에서 책을 봐야 했으니, 눈에 좋을리가...
80년대쯤 되면 안경이 그리 비쌀 정돈 아닌데
당시 짜장면 500원이고 제가 처음 썼던 안경은 15000원이었네요.
82년 당시 저희 반 아이들 60명중에서 안경 쓴 사람은 저 하나 뿐이었고요.
그런데 당시 안경은 그냥 유리라서 떨어뜨리면 그냥 깨졌죠.
최소 1년에 한번은 깨뜨려서 야단 많이 맞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