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이 참변은 예상된 바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시 한국의 아시안 게임 경기일정은 2, 4, 7, 9, 11, 14일로 이어졌다. 즉 8강까지 포함해서 12일 동안 6전을 치렀다는 것이다. 체력소모가 엄청났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허정무가 제출했던 엔트리는 어이없기 그지없었다. 이 당시만 해도 아시안 게임은 선수 나이 제한이 없어서 성인선수들이 자유롭게 출전했다.
그런데 한국팀에는 총 선수 20명 가운데 만 19세 선수들이 5명이나 들어가 있었다. 만 21세 이하로 따져보자면, 20명 가운데 12명이나 들어가 있었다. 대학교 선수들도 10명이나 됐고, 프로 초년생들도 수두룩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만 28세의 김병지였고, 그 다음이 27세의 유상철, 그리고 25세의 윤정환과 최용수, 이병근, 김현수였다. 프로다운 경기 체력도 완성되지 않은 애송이들에 심지어 선수들의 절반이 만 21세 가량의 대학생으로 프로도 아니었는데, 김병지, 유상철, 윤정환, 최용수, 이병근, 김현수만을 쐐기 삼아서 12일 동안 6전을 치르게 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친 오만한, 그야말로 미친 꼴통짓이었다.
심지어 당시의 홈그라운드가 태국 방콕이었다. 아무리 12월이라 해도 태국 방콕은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일도 적지 않다. 설사 독일이나 브라질이라고 할지라도 우승까지 방콕에서 17일 동안 8전을 치러야 하는 가혹한 일정에 대학교 선수를 10명이나 집어넣는 이 따위로 생각없는 선수 구성이라면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수비수 7명 가운데 5명이 대학생, 나머지 2명은 상무 소속의 선수였다. 실제로 2016 리우 올림픽의 와일드카드 중 한 장이자 주장이었던 멤버는 이미 면제를 받았던 장현수였는데, 수비수 가운데 5명을 대학생, 2명을 상무로 구성하는 이와 같은 선수 구성은 만용이라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허정무는 이 대회가 끝난 후 패인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정신교육을 시켰다고 하는데 촌극이라고 할 수 있다. 허정무 본인이 선수 생활하던 시절이라도 저렇게 빡센 일정을 소화하면 당연히 체력적으로 퍼져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제가 알기로는 아시안게임 축구는 초기부터 그닥 상대할만한 국가가 없어서 크게 의미부여 안했고, 관리도 안했다고 알고 있슴다. 그렇다고 엉망진창도 아니죠. 우승도 하고, 준우승도 하고.. 아시아에서의 축구레벨치고는 성이 안찰뿐이죠. 이제서야 슬슬 필요함에 따라 관리들어가는 분위기인데 그동안 다른 아시아 국가도 수준이 많이 올라온 상태. 그러니 예전에 전적을 많이 못만들어 놓은게 약간 아쉬울뿐이고.. 지금부터 관리해도 아시아에서는 탑랭크는 줄곧 유지하는건 기정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