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이는' 만우절, 어디서 온 걸까?

거짓말도 웃어넘기는 날, 오늘(1일)은 만우절이다.

만우절은 악의 없는 거짓말이나 가벼운 장난이 용인되는 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까운 사람을 골탕 먹이는 소소한 재미로 하루를 보낸다. 그야말로 장난치기에 최적의 날인 셈이다.

◇프랑스부터 인도까지, 다양한 만우절 '유래'

만우절의 기원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1560년대 프랑스 사람들은 3월25일을 신년으로 지냈다. 이날부터 4월1일까지 축제(춘분제)가 열렸다. 축제 마지막 날인 1일에는 새해 선물을 교환하는 신년잔치를 벌였다.

그러던 중 1564년 당시 프랑스 왕이던 샤를 9세가 달력계산법을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꾼다고 선포했다. 고대 로마시대 만들어진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달력계산법을 바꾸면서 신년은 1월1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프랑스 전역으로 소식이 퍼지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신년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4월1일 선물을 교환했다. 일부 사람은 그 모습을 비웃으며 4월1일이 신년 축제인 것처럼 장난치기 시작했고, 이것이 만우절의 시초로 여겨진다.

만우절이 인도에서 기원했다는 설도 있다. 인도에서는 춘분부터 3월31일까지 불교 설법이 진행됐다. 사람들은 이 수행이 끝나는 31일 서로 장난을 치고 헛심부름을 시키며 놀았다. 이날을 '야유절'이라고 불렀는데, 만우절이 여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예수 수난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예수는 4월 초 제사장 안나스로부터 제사장 카야파에게, 카야파로부터 유대 총독인 빌라도에게, 빌라도로부터 헤롯왕에게, 헤롯왕으로부터 다시 빌라도에게 끌려다녔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예수의 수난을 기리기 위해 4월1일을 '남을 헛걸음 시키는 날'로 정했다는 설이다.

◇날으는 펭귄에 스파게티 나무까지…아무리 즐거워도 과화면 '화' 부른다

만우절을 즐겁게 만드는 재치있는 장난은 환영받는다.

해외에선 언론, 유명인사 등이 만우절 장난에 앞장서기도 한다. 영국 방송국 BBC는 1957년 만우절에 스파게티가 열리는 나무를 소개했다. 2008년에는 탐사 촬영을 통해 하늘을 나는 펭귄을 발견했다는 발표를 해 흥미를 끌었다. 네덜란드의 한 방송사는 1960년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고 보도하는 장난을 쳤다. 일부 시청자가 방송국에 전화해 울먹거리며 사실 확인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만우절에 "테슬라가 자금난으로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이와 함께 그는 '파산(bankrupt)'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테슬라 모델3 근처에서 쓰러져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 주가가 출렁이자 머스크는 이튿날인 2일 그냥 만우절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기업에선 '거짓말 같은' 만우절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올해 만우절에 메가박스에선 성인도 "우리 청소년인데요"라고 외치면 동반 3인까지 6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티몬은 만우절을 맞아 제주도 편도 항공권을 990원에 판매하는 초특가 티몬데이를 진행한다.

만우절이라도 과도한 장난은 화를 부른다. 특히 경찰, 소방서 등에 장난전화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만우절을 전후한 허위·악성 112 신고에 대해 횟수에 관계없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허위 신고에 대해 고의가 명백하고, 신고내용이 중대하거나 경찰력 낭비가 심한 경우 단 1회 장난전화라도 형사입건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해 만우절 당일 허위 신고된 10건 중 9명을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로 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1명을 형사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