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민온지 십수년 되었는데요. 밴쿠버에 살며 느낀 점을 한국과 연관지어 말씀드려 보고 싶어요.
한국에 계신 분들 중에 마치 유행처럼 서구 선진국가의 사회주의에 환상을 가지신 분들이 적지 않으신 걸로 압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양 체제를 경험해본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결론은 양쪽다 장단점이 있다 입니다.
캐나다 의료체제를 말씀드려 보지요.
많은 분들이 캐나다의 무상의료 서비스에 대해 들어보셨을테고 적지 않은 분들도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점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단 소득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거주민들이 의료보험비는 냅니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소득에 따라 의료보험비는 천차만별이지요.
소득세를 예로 들면 연봉 약 1억인 사람이 약 5천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무자비한 세무구조를 생각해본다면 의료보험비도 어떠할지는 상상이 가실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세금과 의료보험비를 거둬들이고 정부가 매년 의료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를 해도 갈수록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환자들은 치료받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아동이나 중환자가 아니면 CT 촬영 같은건 반년 대기는 기본입니다. 문제는 중환자라 판명이 나기 위해 CT 촬영이 필요한 사람은 어떡하냐는 거지요.
병의 예방은 사실상 어렵다는 겁니다.
게다가 기본적인 무상 의료보험 외에 확장보험(번역이 맞는지?) 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다면 치과비용이라는지 약값이라든지는 한국과 비교해 상상할수 없이 비쌉니다.
캐나다인들도 갈수록 질이 낮아져가는 의료 서비스를 피부로 느끼고 불만이 높아져 가지만 자국의 의료 시스템에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데다 어렵고 다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우선 서비스를 받는것을 당연시하는것이 기본 마인드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고소득층이 자신의 지갑을 여는데 불평하지 않아서 이 복지 시스템이 유지가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진정한 사회주의를 이루려면 거기에 걸맞는 복지 시스템과 세무 법안만 갖추면 되는게 아니라 그 사회주의를 이루어나갈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인지가 더 중요한거 같습니다.
캐나다인들처럼 자기보다 급하고 부족한 사람을 더 챙겨주는 느긋한 초식형 국가와 한국인들처럼 조금이라도 남보다 앞서야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성질급한 육식형 국가의 차이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에서의 사회주의는 어려울거 같아요.
자기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복지기금을 타는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나라의 사람과 공짜라면 밤을 새서 라도 기다려 타가는 나라의 사람을 비교한다면 후자의 나라에선 사회주의가 성공하기 어렵지요.
이제 사회적 분위기를 얘기해 볼까요.
제가 가끔씩 한국을 방문하면 피부로 느끼는게 한국은 아직도 계급사회라는 겁니다.
한국에서 일반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제게 굽신대고 철저히 알아서 기시는 듯한 모습을 보면 대단히 불편합니다.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제가 계속 한국에 살며 알바라도 뛰었으면 그 분들의 모습이 제 모습이었을테니까요. 아니면 제 가족들의 모습이었을지도요.
판매자든 소비자든 모두 1대1 동등한 사람입니다.
물건을 사러오거나 서비스를 받으러 왔음 그 경제행위에 충실하면 그만입니다.
왜 불필요한 서비스와 과잉친절이 필요할까요. 그러한 서비스를 받고 의기양양해 하는 분들은 도대체 다른 곳에서 어떤 취급들을 받아오셨길래 그러시는 걸까요.
캐나다에선 백만장자라도 일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께 예의바르게 행동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내가 누군지 아냐' 라는 갑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드물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몰상식하고 천하디 천한 사람 취급당합니다.
캐나다쪽 서비스업을 얘기하자면 여기는 공산..아니 사회주의 국가이다보니 특히 관공서 같은 곳에선 일처리도 느리고 서비스 업체같은 곳에선 매니저 없는곳에서 문제 벌어지면 나 몰라라 합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과 같은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우체국 찾아가면 분명 사람있던데 전화를 해도 하루종일 안받고요. 이건 꼭 관공서만이 아니라 일반 판매업체도 마찬가지 입니다.
고객서비스에 전화걸어 몇시간 기다렸다가 누군가 전화라도 받아준다면 그날 횡재한 기분이에요.
여기선 서비스에 제대로 투자를 잘 안해요. 물론 모든곳이 다 이런건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한국식 과잉친절까지는 필요없어도 서비스를 받으러왔음 그대로 받아가야하는데 속도도 느리고 문제 벌어지면 책임자와 연락하기도 힘든 이런 사회도 단점이 있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과 캐나다를 반반씩 섞어 놓음 좋겠다 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이렇게 민족성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다면 결국 그 나라 민족성에 걸맞는 사회 체제가 따로 있는게 아닐까요.
원시공동체사회-고대노예제사회-중세봉건제사회-근대 자본주의사회-사회주의사회 로 발전해 나간다는 해묵은 도식에 억지로 맞추지 말고 말입니다.
한국의 우열성을 논하자가 아니라 각 민족마다 장단점과 특성이 모두 다르니 민족의 고유의 특성을 살려 체제를 이루어 나가는게 중요한거 같습니다.
소위 선진국들에게서 번듯해 보이는걸 흉내내는것이 능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노벨상 획득의 유무와 선진국 순위에 목을 매는것이 능사가 아닌것처럼요.
한국이 노벨상 획득했는지 선진국 순위 10위 안에 들었는지 외국에서 아무도 관심없습니다. 요즘 한국을 스토킹하는 일본이라면 모를까요.
누가 날 어떻게 보나에 연연하지 마시고(제가 b형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충실하셨으면 합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해온 한국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거야말로 한국이 선진국에서 배울 점입니다.